입시 기도뿐이 아니다. 절에 가면 온갖 기도를 다 할 수 있다. 취직 기도, 승진 기도, 건강 기도, 개업 기도, 사업 기도 등 각종 소원성취 기도가 널려 있다. 신도는 기도 동참금을 절에 내고 절은 신도가 기도를 잘할 수 있게 돕는다. 입시 기도와 마찬가지로 이런 기도는 효과가 있지도 않고 있어서도 안 된다. 효과가 있는 순간 공정 경쟁은 사라진다.
이런 기도를 사람들은 흔히 기복신앙이라고 부른다. 기복신앙이란 종교의 교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세의 이득을 위해 절대자에게 나의 욕심을 채울 그 뭔가를 요구하는 행위를 뜻한다. 지금 절·교회·성당·모스크 등 세계 곳곳의 종교시설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기도 가운데 기복적인 요소가 전혀 없는 기도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버드대 대학원을 다니다 출가한 푸른 눈의 현각스님이 최근 한국의 불교를 기복신앙으로 비판한 후 이에 대한 반박과 옹호 의견이 잇따르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현각스님을 비판하는 쪽에서도 “한국인 승려들은 대부분 기복으로 돈을 ‘밝혀’ 100만원 남짓 받으며 살아가는 정도”라며 기복을 일정 부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말대로라면 기복이 없으면 종교도 없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종교가 이렇게 허약한 것인지 기복이 저렇게 끈질긴 것인지 헷갈린다. /한기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