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Market] 헬스케어 스타트업 육성 전략

류규하 삼성서울병원 연구전략실 교수
헬스케어 사업화 수요 급증하는데
스타트업, 국내 틈새 공략만 집중
시작부터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
정부는 지원 체계화, 규제 합리화를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분야에서 국제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차세대 신산업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초경쟁’ 개념을 주창한 리처드 다베니 미 다트머스대 교수에 따르면 초경쟁시대에는 과거 전통이론에 따른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가 존재하기 어렵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일시적인 경쟁우위를 연속적으로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초경쟁시대의 최종 승자가 되려면 미래의 불확실성을 주도하는 파괴적 혁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현재 우리의 보유역량을 어디에 쏟아야 하는가와 관련해 헬스케어 분야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 헬스케어 시장은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평균 수명 연장과 건강한 삶의 질 향상에 대한 높은 기대로 매년 꾸준히 성장해 투자기관의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 중 하나이며 지난 수년간에 걸쳐 급격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개인맞춤 정밀의학으로 의료의 패러다임이 변화됨에 따라 질병 치료는 물론 질병 예방이나 웰니스 차원의 건강유지를 위한 다양한 헬스케어 아이템의 사업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헬스케어 사업화 아이템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게 되며 이에 따른 높은 실패 가능성으로 처음부터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진행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소규모 자본과 소수 인원에서 시작해 진행 성과에 따라 상장되거나 대기업으로 인수합병(M&A)되는 모델로 전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래리 페이지도 아이디어와 열정을 바탕으로 한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우리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젊은 인재들이 그들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헬스케어 신산업에 접목해 제품과 서비스가 창출되도록 새로운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대기업·대학·정부기관·투자기관·스타트업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가장 안정적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우 모든 투자는 민간 주도로 이뤄져 기업 주도의 자생적 생태계가 형성돼 있고 정부는 규제 합리화와 대기업·스타트업 간의 분쟁 조율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에서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력한 기업가정신이 뒷받침돼 익숙한 일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탐구하며 이를 이른 시간 내에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상식을 뛰어넘는 혁신적 도전으로 커다란 기술 발전을 이루는 ‘문샷싱킹(moonshot thinking)’ 기반의 미래 기술 투자가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헬스케어 스타트업 창업은 기술을 중심으로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역량이 적절히 조화되는 것이 후발주자와의 차별화, 투자유치를 통한 스케일업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양적으로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창업이 증가하고 있으나 혁신적인 도전보다 국내외의 틈새시장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점이 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우리나라 경제의 신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시작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는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의 단기적 성과 위주의 지원정책은 트렌드나 타이밍에 집착하는 아이템 선정을 조장할 뿐 근본적인 스타트업 육성정책이 될 수 없으며 안정적인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는 지원금 위주의 지원정책에서 벗어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과 지적재산권 투자, IPO 및 M&A 관련 법률 등의 지원 및 규제 합리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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