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판매 늘었지만 브렉시트로 불확실성 증폭=유럽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 중에서 가장 큰 성장률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산하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유럽 자동차 판매량(승용·RV·소상)은 지난해 1,598만대로 전년 대비 9.5% 성장했다. 중국(8.2%)과 인도(8.5%)보다 높은 수치다. 올 상반기에도 유럽 시장은 9.1%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브렉시트가 결정타였다. 올 하반기 유럽 자동차 시장 성장률은 0.7%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브렉시트 결정으로 인한 불확실한 시장 환경은 현대·기아차에 위기 요인이다. 현대·기아차의 올 상반기 유럽 시장 판매량(49만1,171대)은 전년 대비 12.3% 늘었다. 전 세계 7개 권역 중 성장률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하반기 성장률은 상반기의 절반 수준인 약 5%로 전망하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성장률이 둔화된 상황에서 유럽은 중국·인도와 함께 올해 가장 중요한 격전지로 평가되고 있다”며 “유럽 업체들의 안방에서 경쟁해야 하는 현대·기아차에는 어려운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역시 현대·기아차에는 아픈 손가락 중 하나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지난 2012년 294만대의 시장 규모가 지난해 160만대로 반토막났다. 판매와 수익성이 급감하자 GM 등 일부 글로벌 메이커들은 시장에서 철수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생산라인을 계속 가동 중이다. 일시적으로 수익이 줄어도 점유율을 늘려 시장이 회복됐을 때 주력 메이커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 러시아 판매량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큰 감소율(13.5%)을 기록했다.
◇“SUV·친환경차 앞세워 유럽 시장 최대 판매 도전” 독려=정 회장은 이번 유럽 출장에서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며 선전하고 있는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환경 변화에 맞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하반기에 유럽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친환경차 라인업을 강화해 사상 최대 판매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의 SUV는 유럽 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투싼’은 올 상반기 유럽에서 총 8만2,498대가 팔려 전년 대비 47.5% 증가했다. 기아차 ‘스포티지’는 39.2% 증가한 7만7,970대가 판매됐다. 현대·기아차는 하반기에 아이오닉을 유럽 시장에 출시하며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의 풀 라인업을 구축, 친환경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이번 유럽·러시아 시장 현지 점검에서 “유럽 시장이 하반기 불안요인이 확대되고 있고 글로벌 메이커 간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환경변화를 예의주시하고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SUV를 주축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유럽에서 처음 선보이는 친환경 전용차를 통해 브랜드 파워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할 방침이라고 현대차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오는 6일 개막하는 브라질 리우올림픽에 참가하는 양궁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 5일 출국한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대한양궁협회장 4연임에 성공했다. 평소 양궁사랑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그는 올림픽에 참여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을 격려하는 한편 현대차 브라질 공장을 방문하고 현지 시장을 점검할 계획이다. /강도원·박재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