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모터 만드는 다이슨 싱가포르 공장 가보니 ] 끝없는 R&D 투자…'디지털 모터' 3초에 한대씩 뚝딱

'8개 라인' 최첨단 자동화 시설 갖춰
라인당 2~3명서 年 1,100만개 생산
"성능 뛰어나야 디자인도 빛나죠"

다이슨의 싱가포르 모터 공장 ‘웨스트 파크’ 전경 /사진제공=다이슨
대부분의 핸드스틱 청소기는 전기모터가 아래쪽에 탑재돼 있다. 반면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 제품은 핸드스틱 위쪽 손잡이 부분에 모터가 달려 있어 손쉽게 책장 위나 천장을 청소할 수 있다. 이는 모터의 무게를 줄이는 혁신을 이뤘기에 가능했다.

다이슨이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가전시장에서 급성장한 것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 바탕에는 끊임없는 연구개발(R&D) 투자에 있다. 다이슨은 작고 가볍지만 강력한 디지털 모터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총 2억5,000만파운드(약 3,7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올 6월 국내에 출시된 무선청소기 ‘V8 플러피’와 ‘V8 모터헤드’의 디지털 모터 V8의 경우 엔지니어 10~15명이 18개월 동안 개발한 것으로 약 50만 시간의 테스트를 거쳤다. V8은 최대 출력 425W, 분당 11만번 회전(rpm)을 자랑한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다이슨 RDD 센터에서 한 직원이 다이슨 제품에 대한 음향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제공=다이슨
다이슨이 2일 국내 언론에 최초로 공개한 싱가포르 주롱에 위치한 모터 공장 ‘웨스트 파크’에 들어서니 V8을 포함한 진공청소기와 손 건조기 등 다양한 제품에 들어가는 모터 생산이 한창이었다. 총 8개 라인에서 연간 최대 1,100만개의 디지털 모터가 생산된다. 3초당 모터 한 개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특히 라인당 필요인력이 2~3명(3교대로 근무)에 불과할 정도로 최첨단 자동화 시설을 갖췄다.


다이슨의 파워 시스템 엔지니어인 클레어 로크는 “다이슨 모터는 타사와 비교했을 때 특히 배터리 수명과 흡입력 부문에 강점이 있다”고 전했다. 다이슨 모터는 기존에 사용되는 모터 대비 무게가 3분의1에 불과하고 크기도 절반이다. 다이슨이 특허를 받았거나 출원 중인 디지털 모터만 264개에 달한다.

총 직원이 7,000명에 불과한 다이슨이 세계 최고 수준의 모터를 만들어내는 비결 역시 R&D다. 다이슨은 매년 이익의 3분의1을 R&D에 투자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매주 400만 파운드를 영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에 위치한 다이슨 디자인연구개발센터(RDD)에 투자하고 있다. 전체 직원 중 엔지니어 인력이 3분의1인 2,000명에 달한다. 다이슨은 올해 말까지 300명의 엔지니어를 추가로 모집할 예정이다.

이날 모터 공장에 이어 방문한 알렉산드라 테크노파크의 다이슨 RDD센터에서는 퓨어 쿨 링크 등 냉풍기·온풍기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었다. 국내 언론으로는 최초이자 역대 두 번째로 공개된 다이슨 RDD 센터에서는 국제표준(IEC)을 기반으로 기기가 완벽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온도 및 습도 테스트, 기류 측정테스트, 음향테스트 등 실험이 이뤄진다.

2일 싱가포르에 위치한 다이슨 모터 공장 ‘웨스트 파크’에서 로봇이 모터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제공=다이슨
다이슨 RDD센터 내에 걸려 있는 “디자인이 진정 아름다운 순간은 오직 완벽하게 작동될 때다(Design is only truly beautiful when it work properly)”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디자인만 독특한 제품이 아니라 성능이 뛰어나야 차별화된 디자인도 빛을 발한다는 다이슨 철학이 녹아 있다. 안드리아노 니로 RDD 엔지니어링 총책임자는 “많은 사람이 또 어떤 혁신적인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냐고 묻지만 아직 답해줄 수 없다”며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 기존 제품과 달라야 한다는 점, 이전보다 디자인과 성능이 개선돼야 한다는 점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