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따먹기 귀신’ ‘든든한 베트남 친구’ 서울대 투자연구회(SMIC) 리서치팀이 5월28일 발표한 동원시스템즈에 대한 평가다. SMIC는 2014년 이후 동원시스템즈의 연이은 인수합병(M&A)과 사업 다각화를 ‘땅따먹기’라고 표현했다. SMIC는 리서치팀의 종목 투자의견을 바탕으로 펀드팀장을 포함, 총 5명의 운용역이 펀드를 운용한다.
대학 주식투자 동아리들이 진화하고 있다. 주식 관련 전문서적을 읽고 토론하는 수준이 아니라 직접 자금을 운용하고 금융투자 업계에 진출한 선배들을 초청해 조언을 듣는 등 실전투자에 뛰어들었다. 특히 최근에는 대학 주식 투자 동아리나 학회에 몸담았던 학생들이 졸업 후 국내 운용사와 자문사·헤지펀드 업계에 진출해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며 주목 받고 있다. SMIC의 지도교수인 최혁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담당 교수 지도 아래 발표·보고서 등이 진행됐지만 이제는 모든 동아리 활동은 학생 자율적으로 운영된다”며 “현재 발표나 보고서 작성, 기업분석, 토론 등 전부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을 세워 동아리 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대학 투자 동아리 출신들은 금융투자 업계에서 이미 스타 반열에 올랐다. 설립 12년 만에 수탁액 2조원을 넘긴 VIP투자자문의 최준철·김민국 대표는 서울대 투자 동아리 ‘SMIC’ 3기다. 두 대표는 학창 시절 동아리에서 의기투합해 2003년 회사를 설립했다. 지금까지 누적수익률이 500%를 넘어섰다. 지난해 글로벌 5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정부연기금(GPFG)에서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를 받아 큰 화제를 모았다.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인 타임포트폴리오자산운용의 황성환 대표, 머스트투자자문의 김두용 대표도 SMIC 출신이다.
지난해 중국발 악재에도 중국 투자로 42%의 수익을 올린 더퍼블릭투자자문의 정호성 대표와 김현준 이사도 고려대 가치 동아리 ‘KUVIC’ 출신이다.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인 타이거자산운용의 이재완 대표 등도 같은 대학 투자 동아리 출신이다. 로보어드바이저에 특화된 밸류시스템투자자문의 정환종 대표, 최상민 이사는 한양대 주식동아리인 스톡워즈에서 투자를 시작했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는 “동아리 내에서 가상 펀드 운용을 하면서 했던 기업분석·종목토론·결과보고 등이 현재 운용 방식의 기초가 됐다”며 “경험 없이 의욕 하나만으로 창업했지만 지금까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김민국(왼쪽)·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가 본사 사무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최근 금융투자 업계에서 끈끈한 유대관계에 신진세력으로도 불린다. 김현준 더퍼블릭투자자문 이사는 “동아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일 관계로 투자 동아리 출신 사람들과 가장 많이 만나고 상의한다”고 말했다. 정기적인 모임은 물론이고 공동투자도 고민한다. 대학투자 동아리가 주목 받기 시작했지만 아직 금융투자 업계가 이들을 체계적으로 흡수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영국·미국 등 자본시장 선진국의 금융투자 회사들이 대학 투자 동아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것과 비교된다. 영국 런던정경대(LSE) 내 투자 동아리(Investment society)의 경우 정기적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 인사들과 직접 교류를 갖는다. 6월에는 크레디트스위스(CS)의 주요 임직원들이 참석하는 파티에 이 동아리 학생들이 정식으로 초대 받기도 했다. LSE 투자 동아리는 현재 CS·영국거래소·피델리티·슈로더 등 증권 유관기관 및 IB, 대형 운용사들과 후원관계를 맺고 운영되고 있다. 2012년부터 3,000만달러(약 335억원) 규모의 가상 펀드를 운용해오다 지난해에는 실제 펀드를 만들어 운용 중이다. 졸업 후 글로벌 IB에서 일하는 선배들로부터 추천을 받으면 해당 IB에서 상반기 인턴십을 진행하는 M&A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박시진·박호현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