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송은석기자
“법의 취지에는 100% 공감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시행되면 수산업의 타격은 정말 큽니다. 전복을 상품으로 키우려면 양식 기간이 3년, 광어는 2년 반, 우럭은 2년이 걸립니다. 자연산이나 활어 먹는 횟집뿐 아니라 수산업 생산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충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3년은 유예해야 합니다.”지난 3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과 관련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해수부는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내리자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법 시행과 관련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김 장관은 “김영란법 자체는 바꿀 수 있는 법이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시행령에 적시된 밥값 3만원, 선물 5만원 등 세부 내용에는 현실을 반영해 선의의 피해를 보는 사람과 산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해운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한진해운에 (유동성 마련과 관련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조금 더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한진그룹이 자구안 규모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다 자칫 세계 8위 규모의 선대를 보유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가는 상황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말이다. 김 장관은 “최악의 경우를 막기 위해 (조양호 회장과 만나는 방안을 포함해) 해수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인양작업 가운데 최고난도로 분류되는 ‘선수 들기’에 성공한 세월호 작업과 관련해서는 “순간순간마다 처음 작업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오는 9월 내 인양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대담=김정곤 차장 mckids@sedaily.com
-법 시행을 왜 유예하자고 하나.
△법안 취지에는 100% 공감한다. 하지만 세부 내용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공직자들의 식사 가격을 3만원으로 제한한 것은 13년 전 일이다. 솔직히 묻고 싶다. 모든 공직자가 13년 동안 3만원에 맞춰 밥을 먹었는지 말이다. 임대료와 인건비는 그대로 있거나 오르는데 식사가격만 상한선을 두면 횟집과 일식집은 직격탄을 맞는다. 그 가게들이 모두 부정청탁으로 장사해온 것은 아니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법 시행만으로 그동안 아무 문제 없이 장사하던 가게들의 매출이 20~30%가량 줄어들 게 된다. 강남 등 임대료가 비싼 지역의 일식집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다. 게다가 전국 횟집과 일식집에 수산물을 유통하는 업체, 그리고 수산물을 양식하는 업체들까지 모두 피해를 보게 된다. 지키지 못할 법을 만들어놓고 부작용을 양산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법을 현실에 맞게 좀 조정해달라는 얘기다. 모든 정부 부처가 내수진작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법 시행 이후 수산 분야를 비롯해 한꺼번에 소비심리가 꺾일까 봐 걱정이다. 법을 3년 정도 유예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왜 3년을 유예해야 하는가.
△원래 업계는 유예가 아니라 농수산물의 경우 김영란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헌재의 결정을 존중해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에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얘기다. 적어도 예상되는 충격에 대비할 시간은 필요하다. 법은 바로 시행되지만 현장은 그렇지 않다. 수산물은 수확량도 시기별로 다르고 이에 따른 가격도 달라진다. 법이 시행된다고 양식 수산물 가격이 낮아지는 것도 아니다. 상품으로 키우려면 전복은 3년, 광어는 2년 반, 우럭은 2년, 다금바리 등 바리류는 4년이나 걸린다. 양식 수산물은 시기별로 크기도 가격도 전부 다르다.
갑자기 법이 시행되면 횟집과 일식집 손님은 분명히 줄어들고 수산물 수요는 감소한다. 이렇게 되면 지난 몇년간 키워온 양식 수산물도 상품성을 잃게 된다. 김영란법을 이대로 시행하면 생산과 유통·소비까지 이어지는 우리 수산업 전체의 생태계가 붕괴 될 수 있다. 수협중앙회 등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가 추정한 피해액만도 1조원 이상이다. 우리 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중소기업청 산하 연구단체들이 공동으로 추정한 피해금액은 최대 7,215억원이다.
-법안을 여론은 지지하고 있다.
△그래서 취지에는 100% 공감한다고 한 거다. 그런데 문제는 부정청탁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 감사담당관실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보니 정말 ‘부정청탁’으로 걸고넘어지면 안 걸리는 게 없을 정도다. 결국 김영란법에 담긴 부정청탁은 시행 초기에 많은 사례가 쌓여야만 분명해지는 셈이다.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법이 시행되면 사람들은 소위 ‘시범 케이스’가 되지 않기 위해 납작 엎드릴 거다. 장관인 나부터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뭔가를 잘못했나’ 하는 생각에 위축될 것 같다.
이러면 관련된 사람들은 약속이나 모임을 최대한 자제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 법과 직접 연관되지 않은 대다수 국민이 입게 된다. 수산업 피해금액만 7,200억원에 달한다고 했는데 이는 생산 부문에만 해당하는 얘기다. 수산업과 관련된 업계 종사자들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예상을 넘어서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해운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자구책 규모를 두고 한진해운과 채권단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채권단이 조건부 자율협약을 이행하는 기간을 한 달 더 연장했다. 이제는 한진해운이 성의를 좀 더 보여야 할 때다. 기본적으로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구안 규모는 해수부가 관여하고 있지 않다. 채권단 주도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이를 관할하는 부처는 금융위원회다. 그러나 해운업을 담당하는 우리 해수부도 한진해운에 지속적인 메시지를 주며 협상을 돕고 있다.
협상이 진행 중이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자구안을 두고 평행선만 달리는 상황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 채권단과 한진해운 사이에 의견이 많이 접근했다. 정부와 채권단은 내년까지 필요한 1조2,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해올 때까지 유동성 지원은 없다고 못을 박은 상황이다. 한진은 그룹 차원의 대안을 더 내놓아야 한다. 물론 수천억원에 달하는 돈을 내놓아라 마라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한진해운이 다시 살아나려면 (조양호 회장의) ‘특단의 결정’이 있어야 한다. 협상이 결렬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면 (조 회장을 만나는 것을 포함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
-법정관리나 합병도 염두에 두고 있나.
△법정관리나 합병은 정말 가정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다. 해운업을 담당하는 주무부처로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수십년간 글로벌 운항을 하며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나가는 물량의 대부분을 책임졌다. 우리나라는 수출입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수출입 물량의 26%가량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책임지고 있다. 부산 해양항만청장으로 2년 7개월을 근무했다. 부산항만 봐도 우리나라의 물류 흐름과 해운업이 기반산업으로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모든 무역국가 물류의 중심은 해운이다. 우리나라의 무역규모를 고려할 때 지금 정도의 선대와 물류 인프라, 인력이 있어야 수출입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다.
한진해운은 우리나라의 최대 해운사이자 세계 8위 규모다. 글로벌 영업력과 신인도를 따지면 현대상선보다 더 큰 회사다. 지금 유동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진해운은 오랜 업력에 맞게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신뢰가 탄탄하다. 지금의 어려움만 넘기면 분명히 글로벌 대형 해운사로서 제 자리로 돌아갈 저력이 있다. 당장 채권단과 자구안 규모를 조율하는 상황만 가지고 합병이나 법정관리를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대상선 신임 최고경영자(CEO)에 적합한 인물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선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이 원활히 마무리된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새로운 CEO와 관련해서는 해운업 주무부처인 우리 의견을 채권단에 전달했다. 기본적으로 국적해운사의 경영자는 국가 물류의 인프라에 대한 오랜 경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운업은 정말 동물적인 감각이 필요하다. 선박을 살지, 산다면 얼마를 빌려야 하는지, 그리고 용선을 할지, 용선료를 얼마나 낼지, 영업할 때는 화주에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등을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는 지난 수십년간의 업황 변화를 알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동안 국적선사에는 금융업에 몸담은 최고재무경영자(CFO)들이 많이 관여해왔고 이들이 업황을 잘못 읽어 지금 상황까지 왔다고 본다. 현대상선의 신임 CEO는 국가 전반의 물류를 잘 이해하는 사람, 기왕이면 국내 인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는 해운업을 담당하는 우리 부의 시각을 전제로 한 얘기다.
-세월호 인양 문제도 큰 관심사다.
△9월 말까지 인양을 완료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그러나 날짜만 말하면 현장의 상황이 잘 고려되지 않는다. 현장은 말 그대로 매일 전쟁이다. 선수 들기를 할 때 44m 물속에서 빔 18개를 집어넣었다. 이 작업이 성공할 때 상하이샐비지 등 현장 인력들이 이틀간 한숨도 자지 못했다. 예정된 날짜를 말하지만 현장에서 작업하는 인력들은 매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앞으로는 더 어려운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세월호 인양작업은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 선체를 들어 올려 물속에서 플로팅도크 올려 인양하는 엄청난 고난도 작업이다. 지나간 작업은 잊고 지금부터 진행하는 작업이 매 순간 처음이라고 생각해 집중하자고 당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기간과 관련한 문제들도 나오고 있다. 선체가 인양된 후 사고 원인을 위해 꼭 들여다봐야 할 곳이 조타실이다. 해수부는 선체조사팀에 해양심판원을 비롯해 전문가들, 그리고 특조위도 참여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한일 어업협정이 결렬됐다. 연내 합의에 이를 수 있나.
△일본이 소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과거에도 일본은 6개월 이상 끌다가 합의한 적이 있다. 외교적인 문제라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일본이 어업협상을 지렛대로 삼아 다른 쪽에서 무언가를 얻어내려 하기에 타결이 지연되는 부분이 있다. 일본은 우리가 조치한 후쿠시마현 인근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등과 관련해 가능한 한 조금이라도 양보를 이끌어내고 싶어한다. 어업협정 결렬로 7월부터 우리 어선들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조업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 이러한 상황을 설명했고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 다행히 지금 어군이 제주도나 동중국해 쪽으로 많이 이동해 (우리 어선들이) 크게 손해 보는 일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일본을 잘 설득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협정을 타결하겠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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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충남 아산 △1982년 경북대 행정학 △1983년 행정고시 27회 △1998년 미 시러큐스대 행정학석사 △1998년 주영대사관 1등 서기관 △2003년 대통령실 산업정책행정관 △2006년 해양수산부 해양정책국장 △2009년 부산지방해양항만청장 △2013년 대통령실 해양수산비서관 △2014년 해수부 차관 △2015년~ 해수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