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in 올림픽] 태극신궁, 강심장 만든 숨은 비결

심리+실전 '반반 훈련'…과감한 활시위 일등 공신

경기장 환경, 바람, 조도 등 양궁에 미치는 환경적 영향은 다양하다. 조준이 1㎜만 벗어나도 화살이 과녁에 꽂히는 위치는 크게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사대에 선 선수들은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훈련을 받지만 그것으로는 ‘완벽한 양궁’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양궁단체전에서 대한민국 양궁대표팀은 다양한 환경, 바뀐 경기규칙 등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았다. 양궁대표팀이 전 종목 석권으로 가는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었던 비결은 과학훈련과 실전훈련을 똑같은 비율로 반복하는 ‘반반(半半)훈련’에 있었다.

뉴로피드백·루틴 훈련 통해

현장 긴장감·환경 영향 최소화

3D프린팅으로 최적의 활 제공




‘반반훈련’은 말 그대로 과학훈련과 실전훈련의 비중을 똑같이 해 훈련 간의 시너지를 발생시키는 방법이다. 대표팀은 리우데자네이루로 출국하기 수개월 전부터 실전훈련량을 반으로 줄이고 심리훈련을 받는 데 주력했다. ‘반반훈련’의 성과는 실전 대회에서 곧바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출전한 터키 안탈리아월드컵에서 전 종목을 석권한 것. 이렇듯 성과로 입증된 심리훈련은 뇌파치료 기술을 이용해 뇌의 활동과 근육의 움직임 등 다양한 신체 반응을 측정해 현장의 긴장감을 줄이는 ‘뉴로피드백(neurofeedback)’과 선수 개개인이 각각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는 상태를 찾아내 적용하는 ‘루틴(routine)훈련’으로 이뤄진다. 심리적으로 가장 위축됐을 때와 좋았을 때를 시간대별 그래프로 찾아내 경기장에 가보지 않더라도 경기 상황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뉴로피드백은 선수들이 먼저 찾을 정도로 인기 있는 훈련 방법이다.

루틴훈련은 사격이나 양궁·골프처럼 심리적 요인이 경기 결과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종목에 폭넓게 보급된 심리훈련 방법이다. 자신만의 훈련 방법을 노트에 담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최상의 심리 상황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남자양궁대표팀의 ‘허리’ 격인 두 번째 사수를 맡아 금메달 획득을 이뤄낸 구본찬(23·현대제철)의 경우 “자신 있게-(빗)나가도 9점-과감하게-후회 없이”라는 루틴을 가지고 활시위를 당긴다고 한다.

양궁대표팀의 금메달에는 또 다른 숨겨진 비결들도 존재한다. 대표팀은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각 선수에게 최적화된 활을 만들어 안정적인 자세로 활을 쏠 수 있게 만들었다. 또 집중력 유지를 위해 스마트폰게임을 훈련 과정에 포함시켰다. 오전 20분씩 이뤄진 활쏘기·공놀이 등으로 특수 제작된 스마트폰게임은 분위기 전환과 훈련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또 이번 양궁 대회장인 삼보드로무경기장 본떠 태릉선수촌에 만든 모의훈련장도 선수들의 현지 적응훈련을 도운 ‘일등 공신’이었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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