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 승무원들은 안내방송으로 충격 방지 자세와 비상구 위치, 탈출 요령 등을 설명하고 비행기가 멈추면 재빨리 비상구를 개방하고 비상 탈출 슬라이드를 펴 탈출로를 확보해야 한다. 승객은 짐을 포기하고 하이힐은 벗어야 한다. 일행은 탈출 후 챙기는 것이 순서다. 자칫 탈출시간이 지체되거나 탈출로가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물에 추락하면 구명조끼 부풀리기를 비행기 바깥에서 해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원칙들이 비상사태 때 지켜지도록 하는 방법은 반복된 훈련뿐이다.
지난 3일 에미레이트항공 소속 보잉777기가 두바이국제공항에 동체 착륙하는 비상상황이 펼쳐졌으나 탑승자 300명 전원이 무사했다. 탑승객은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차례로 비행기를 빠져나갔고 282명의 승객이 모두 탈출한 뒤 승무원 18명도 비행기를 벗어났다. 비행기가 화염에 휩싸이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평상시 90초 내 탈출이 몸에 배도록 훈련 받은 덕분이다. 90초의 기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모든 사건·사고에는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심폐소생술은 4분이다. 호흡이 멈춘 뒤 4분 내에 시작하면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4~6분 사이에는 뇌 손상이 오기 쉬우며 10분이 지나면 심한 뇌 손상이 오거나 뇌사 상태가 된다. 골든타임만 제대로 지키면 대형 참사를 피하거나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우리에게 골든타임 원칙과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새기게 한다. /이용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