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필의 음악 이야기] 예술의전당

유정필 테너
대한민국의 공연 예술가들이 가장 서고 싶은 무대는 어디일까. 아마 서울 서초동의 예술의전당이 아닐까 싶다. 특히 클래식 음악인들에게는 성공의 상징이자 자존심 같은 공간이다.

예술의전당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을 맞아 우리나라의 예술활동 전반을 아우르는 기능을 담당하고 국제적으로 그 위상을 높이기 위해 당시 정부가 야심차게 건립한 대한민국 예술의 메카다. 1988년에 음악당이 가장 먼저 개관한 후 1993년 오페라하우스가 오픈하면서 완공됐다. 거의 30년이 흐른 지금은 당초 기대에 걸맞게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이자 국제적인 종합예술시설로 자리매김했다.


예술의전당 시설은 크게 콘서트 전용 홀인 음악당과 오페라하우스·한가람미술관,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서예박물관으로 구성돼 있다. 이외에도 야외공연장과 음악분수 그리고 시민들을 위한 교육기관인 예술 아카데미가 운영되고 있으며 각종 자료를 찾아 볼 수 있는 정보관까지 갖췄다. 말 그대로 예술활동의 종합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적인 공연장일수록 상주하는 예술단체의 수준은 공연장의 얼굴이 된다. 예술의전당은 위상에 걸맞게 우리나라 대표적인 국립단체들이 상주하고 있는데 국립오페라단·국립발레단·국립합창단·국립현대무용단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전문 예술단체인 코리안 심포니오케스트라 등이다. 또 교향악축제·대한민국 음악제·대한민국발레축제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순수예술 페스티벌이 연중 계속해서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단체와 세계적 예술가들의 초청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예술의전당 공연 가이드만 살펴보아도 한해 동안 우리 음악계의 중요한 공연들과 전시 등을 한눈에 보일 정도다.

최근 무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지는 와중 많은 시민들이 예술의전당을 찾는 모습을 보게 된다. 단순히 공연을 보러 가는 게 아니라 단지 우면산에서 내려오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야외 음악분수를 즐기고, 넓은 광장에서 가족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다. 예술의전당이 세워진 후 꽤 오랫동안 일반 시민들이 쉽게 찾지 않았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이 변화가 참 반갑다. 여기에는 서울 시민들과 소통하고 가까워지려 한 예술의전당의 노력도 적지 않았으리라. 예술의 수준은 최고를 향해 달려가지만 항상 시민과 함께하는 예술의전당. 앞으로도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세계를 향해 뻗어 나가 국가의 문화융성에 기여하는 선도적인 복합문예술기관이 되기를 진심을 다해 바라는 바이다. (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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