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계의 정기 인사가 26일 LG그룹을 시작으로 막이 오른다. LG는 장수 최고경영자(CEO)인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의 교체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이동설이 나온다. 삼성은 계열사 CEO 2~3명 안팎의 교체가 유력하다.
두 그룹뿐 아니라 SK 등 여타 그룹의 인사 방향을 보면 어느 해보다 세대교체 바람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26일부터 시작되는 LG그룹 사장단 인사는 예상보다 교체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이상철 부회장이 물러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계열사 수장 간 연쇄 이동 및 승진이 불가피하다. 1948년생인 이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퇴진하면서 부회장단에도 세대교체의 물꼬가 트였다. 후임에는 권영수 LG화학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LG유플러스로 이동하는 안이 유력하다.
최대 관건은 구본준 부회장의 거취다. 현재까지는 LG전자 CEO로서 유임 가능성 속에 막바지로 오면서 그룹을 총괄하는 자리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구본무 회장과의 역할 정립에 관건이다.
다음달 1~2일께 사장단 인사를 낼 예정인 삼성은 대규모 인사 가능성과 함께 승진 최소화가 주요 테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계열사 CEO만 놓고 보면 2~3명 안팎이 바뀌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전자 계열사와 일부 금융 계열사가 그 대상으로 꼽힌다. 일부 물의를 빚었던 계열사도 교체 검토 대상이다.
삼성전자는 부문별 CEO 인사가 관심거리다. DS(Device Solutions) 부문을 맡고 있는 권오현 부회장과 김기남 반도체 총괄, 소비자가전(CE) 부문의 윤부근 사장, 정보기술·모바일(IM) 부문 신종균 사장의 이동설과 그에 따른 내부 연쇄 이동 얘기가 있다.
대표이사 사장만 4명에 달하는 삼성물산의 교통정리와 엘리엇 사태극복 주역에 대한 보상도 관심사다. 현재 삼성물산은 최치훈·윤주화·김신·김봉영 사장이 각자 부문을 맡고 있다. 이 중 부회장 승진자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 때부터 만 60세를 넘긴 사장을 후선으로 보내는 세대교체를 해왔다. 올해 인사는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처음으로 하는 인사인데다 이미 일부 계열사에서 세대교체 움직임이 감지된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다음주 인사가 유력하다는 점 외에는 어떤 것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다음달 24일께 정기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실적 부진에 따른 인사를 이미 실시해 인사 폭이 작을 것이라는 게 현대차 안팎의 예상이다. 그럼에도 '제네시스 EQ900'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관련 부서에서 승진 수요가 있다.
SK그룹은 '소폭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경영진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부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SK종합화학, SK건설, SK E&S 등 CEO가 바뀐 지 오래된 계열사뿐만 아니라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가 단행된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도 CEO 이동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그룹 운영체제의 구심점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의 경우 김창근 의장과 7인의 위원장에 어떤 변화가 가해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현재의 경영진이 대부분 유임될 것으로 관측하는 이들도 많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박정호 SK주식회사 C&C 사장 등 주력 계열사 CEO가 새로 임명된 것이 불과 지난해다. 수펙스추구협의회 역시 김창근 의장이 유임될 경우 현재의 인적 구성을 유지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SK의 한 관계자는 "다음달 초까지 인사평가가 진행될 예정이라 뚜렷한 그림이 나온 게 없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다툼 중인 롯데그룹은 다음달 중하순 실시할 인사 규모를 소폭으로 한정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는 다음달 4일 신동빈 회장 주재로 사장단회의를 열어 실적을 평가한 뒤 곧바로 인사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본부를 비롯해 핵심 임원진은 대부분 유임시킬 예정이다.
권오준 회장 취임 후 인사 시기를 연초로 앞당긴 포스코는 내년 1~2월에 정기 인사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연말연시에 임원 승진인사와 함께 소폭의 사장단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수차례 사장단 인사를 단행해 큰 폭의 교체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효성은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석래 회장과 조현준 사장에 대한 법원 선고가 내년 1월8일이어서 인사 시점이 불투명하다. 금호아시아나는 연말 인사가 예정돼 있지만 금호산업 인수라는 과제가 있어 정확한 시점을 가늠하기가 어렵고 대한항공은 연말에 인사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이혜진·김영필·유주희·박재원기자 susop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