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과 일본의 저축률은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에도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2014년 6월에, 일본은행(BOJ) 역시 올 2월 각각 초유의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지만 소비자들은 오히려 지갑을 굳게 닫고 저축을 늘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에 따르면 독일 가구의 가처분소득 기준 저축률은 지난해 2010년 이후 최고치인 9.7%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10.4%로 한층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경우 2년 전에 마이너스였던 저축률이 올 1·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으며 올해 연간으로는 2.1%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소비지출은 2월의 윤달 효과를 제외하면 6월 현재까지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또 비유로권인 덴마크·스웨덴·스위스에서도 저축률이 OECD의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5년 이래 최고 수준에 달했다. 불과 2년 전에 마이너스이던 덴마크의 저축률은 올해 8.1%, 스위스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2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저리자금이 넘쳐나는데도 씀씀이를 줄이기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올 1·4분기 중 일본 비금융계 기업들의 현금보유 및 예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8.4% 늘었다. 이는 1990년대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유럽과 중동·아프리카의 비금융 기업들도 지난해 말 현재 현금보유가 전년 동기 대비 5% 늘었으며 매출 대비 현금비중은 2014년 13%에서 지난해 15%로 높아졌다.
마이너스 금리가 중앙은행들이 의도했던 소비진작과 경기부양 효과를 낳기는커녕 거센 역풍을 일으키는 데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정책 자체의 심리적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라는 유례없는 통화정책 자체가 앞으로의 경기 전망과 중앙은행의 시장 안정 능력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부추겨 가계나 기업의 저축 성향을 높이는 역효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의 앤드루 시츠 수석전략가는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만 대출을 받고 소비를 늘린다”며 “마이너스 금리라는 미답의 영역으로 진입한 정책은 이 확신을 약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주요 은행인 미즈호은행은 우량기업 장기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장기프라임레이트를 0.95%로 0.05%포인트 올린다고 전격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2월 이후 1년 반 만의 첫 인상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지난달 2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오는 9월 회의 때 현행 금융정책을 총괄 검증하겠다고 밝히면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을지 걱정하는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신경립기자 kls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