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는 폴리에틸렌(PE), 폴리에스터(PE), 폴리프로필렌(PP)을 비롯한 각종 비닐·플라스틱과 합성섬유 등의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기초 소재로 우리나라는 매년 4억배럴가량의 나프타를 소비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와 LG화학·롯데케미칼 등 유화업체들의 나프타 수입 관세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신경전은 2년 전인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2015년 탄력관세 운용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11년째 영(0)세율이 적용되던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대해 1%의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데 국제 유가가 낮아지고 있어 할당관세(특정 산업 보호를 위해 한시적으로 관세를 낮춰주는 제도)를 더 이상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탓이다. 적자를 내던 나라 살림에 세수를 더하기 위한 의도도 반영됐다.
정유 4사는 2013년 당시 나프타 제조용으로 1억3,800만배럴의 원유를 수입하면서 이 물량에 대해서는 원유에 붙는 기본관세(3%)를 적용하지 않아 약 3,300억원의 혜택을 봤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수입 원유에 붙는 관세는 올린 반면 수입 나프타에는 기존대로 영세율을 계속 적용했다는 점이다.
국산 나프타와 수입산 나프타에 관세 역차별이 발생한 셈이다. 석화업계의 수입 나프타 의존도는 약 55%에 달한다.
정유·유화업계는 이에 따라 지난해 공동성명을 내고 “나프타제조용 원유에 대한 관세를 다시 낮춰달라”며 일단 공동 대응에 나섰다. 예전처럼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 게 양자 모두에 이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말 국무회의에서 올해 적용되는 탄력관세 운용계획을 확정하면서 나프타제조용 원유에 대한 관세는 0.5% 포인트 낮추고 수입산 나프타에 관세 0.5%를 신규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역차별 논란이 제기되자 양측의 관세를 통일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수입산 나프타를 쓰던 유화업체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정유 4사는 1,000억원이 넘던 세 부담을 절반으로 줄였지만 수입산 나프타를 주로 쓰던 유화업체들 입장에서는 기존에 없던 부담이 생긴 탓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유 사업권 없이 기초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유화 업체들로서는 정부 결정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며 “석유화학 산업 생태계의 핵심인 나프타를 두고 정유·유화업계에서 자존심 경쟁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