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수직증축 리모델링시 ‘세대 간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 결정이 3년 뒤로 미뤄졌다. 올해 1월 내력벽 일부 철거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뒤 약 반년 만에 국토교통부가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분당 매화마을 1단지 등 내력벽 철거를 가정했던 수직증축 리모델링 단지들의 사업이 올스톱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관련 재논의를 3년 뒤로 미뤄놓은 상태여서 리모델링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19년까지 정밀검증 후 철거 허용 재결정=국토부는 9일 내력벽 철거 허용을 위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 여부를 세밀하게 검토한 후 다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내력벽은 건물의 하중을 견디거나 분산하도록 만든 벽이다. 내력벽을 철거하고 두 세대를 합쳐야 리모델링 후 ‘3·4베이(Bay)’를 만들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아파트 무게를 견디는 벽이 사라져 안전성 우려도 제기된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 관련 연구용역을 시작한 뒤 올해 1월 ‘2016년 업무계획’에서 안전에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에는 ‘태스크포스(TF)’에서 내력벽 철거로 인해 하중을 더 많이 받는 기준 이하 ‘NG(No Good)말뚝’ 비율이 전체 말뚝의 ‘10%(일부 경우 최대 20%)’를 넘지 않는 선에서 허용 범위를 정하는 것으로 협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전성 우려가 끊임없이 이어지자 결국 ‘재검토’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단 네 개 단지만 갖고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일반화시켜도 될지에 대해 고민이 있었다”며 “수직증축으로 3개 층을 올리면 하중이 그만큼 더 실리는데 막상 무게를 버틸 말뚝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실증 분석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첫 시뮬레이션은 △서울 강남구 개포 대청 △경기 성남 분당 현대 △분당 매화마을 1단지 △분당 느티마을 4단지 등의 15층 일부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국토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인 ‘저비용·고효율 노후 공동주택 수직증축 리모델링 기술개발 및 실증’ 세부과제에 내력벽 철거 안전진단도 추가해 오는 2019년 3월까지 살펴보기로 했다. 이후 수직증축시 내력벽 철거를 허용할지 다시 결정할 계획이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최대 수혜지로 꼽혔던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 전경./서울경제DB
◇수직증축 리모델링 추진 단지 올스톱 위기=국토부의 3년 후 재결정 방침에 따라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은 비상이 걸렸다. 내력벽 철거에 관한 구체적인 안전기준안이 나오기를 기다렸지만 사업을 아예 접어야 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경기지역 수직증축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17개 단지 1만2,285가구다. 서울에서는 9개 단지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경기도는 1기 신도시에 집중돼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경기 성남 분당의 경우 리모델링 선도단지인 △정자동 한솔주공5단지(1,156가구) △야탑동 매화 1단지(562가구)와 리모델링 시범 단지인 △정자동 느티마을 3단지(770가구) △정자동 느티마을4단지(1,006가구) 등이 지난해 6~12월 수직증축 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건축심의 신청을 보류하면서 내력벽 철거 안전기준안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명수 분당 느티마을3단지 리모델링 주택조합장은 “리모델링의 싹을 아예 잘라버린 발상”이라며 “조합 사업이 한두 달만 지연되도 손실액이 몇 억원대에 달하는데 3년 동안 또 기다리라는 것은 그냥 사업 접으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토부가 올해 초 성급하게 내력벽 철거 허용을 발표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안전성 우려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이슈인데도 내력벽 일부 철거 허용을 발표해놓고서는 뒤늦게 검증이 되지 않았다고 한 발 뒤로 물러섰기 때문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 관계자는 “안전성을 검증하고 신중하게 고려하는 것 자체는 당연한 결정”이라면서도 “하지만 국토부의 정책 혼선으로 인해 조합들로서는 기존 계획을 포기하거나 2019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