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묵 한빛레이저 대표가 독자기술로 개발해 수입대체에 성공한 레이저 기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서정명기자
대전시 전농동 대덕원자력밸리에는 국내 최초로 산업용 레이저 기기를 개발해 수입 대체에 나서는 중소기업이 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설립돼 20년간 산업용 레이저기기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한빛레이저가 주인공. 2차 전지·모바일 기기·반도체·자동차부품·원자력 분야에 레이저 시스템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김정묵 대표는 “현대차·삼성·LG 등 대기업들이 레이저 마킹을 할 때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지난해 1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에는 해외수주 물량이 많아 20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국원자력연구소 연구원 출신으로 13년간 연구소에서 일했다. 레이저를 연구했는데 사업화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1997년 창업에 나섰다. 정부도 연구원 창업에 대해 용인하는 분위기였고 동료 연구원들도 투자지원을 하면서 힘을 보탰다.
김 대표는 “당시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이 기술을 독점하고 있었고 국내 회사들은 수입품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었다”면서 “하지만 IMF로 수입제품 가격이 급등하고 국산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창업 초기에 회사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IMF가 회사 성장의 기회가 됐던 셈이다.
한빛레이저가 산업용 레이저를 국산화한 이후 기술력이 알려지자 해외 굴지의 회사들이 대전 본사를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프랑스 자동차부품 회사와는 수백만 달러의 1차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2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회사와는 특수부품용 레이저 기기를 공급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2차 전지 회사와 디스플레이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한빛레이저가 해외 바이어를 찾아나서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이 대전 본사를 찾아와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김 대표는 “올해 200억원 매출 중 50% 가량을 해외시장에서 달성할 것”이라며 “그 동안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수입대체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선진국 회사들을 겨냥해 수출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앞으로 지향하는 경영 목표는 ‘기술 융복합’과 ‘기업 융복합’이다. 레이저 단일분야를 뛰어넘어 광학설계, 영상시각, 로봇기술 등을 아우르면서 무인공장화가 가능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전체 73명의 직원 중 20명이 연구원인데 레이저보다 다른 분야 연구원 수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중기청이 선정하는 월드클래스300 후보군에 속해 있는데 앞으로 정부자금 지원이 이뤄질 경우 레이저 융복합 기술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기술 융복합을 넘어서는 것이 기업간 융복합이라고 할 수 있다”며 “레이저 관련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들을 묶어서 지주회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일부 회사들과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빛레이저는 설립 이후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을 정도로 사업기반이 튼튼하다. 지난해 43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고 부채비율은 54%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절단용 레이저의 경우 선진국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신규진입이 어려운 만큼 우리는 특수용접, 자동차 신소재 등 고부가가치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하게 될 것”이라며 “수입대체에서 벗어나 융복합 기술로 신제품을 개발해 해외수출 비중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서정명기자 vicsj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