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정건전화법, 중요한 것은 정부 실천 의지다

정부가 재정의 중장기적 안전성을 도모하기 위한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45%,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의 3%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목표를 설정하고 재정투입이 필요한 법안을 제출할 때는 재원조달 방법을 의무화하는 페이고(pay-go) 원칙을 도입한다는 게 골자다. 5년마다 관리목표를 재검토하고 국민연금 등의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사회보험의 재정 건전화 계획도 제출하도록 했다. 늦었지만 그동안 말로만 외치던 재정 건전성을 법으로 강제한다니 다행이다.


하지만 법안에서 정부의 실천의지가 그다지 크게 읽히지는 않는다. 우선 늘어나는 복지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대안이 없다. ‘중부담 중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한데 정부는 절대 불가하다고 하니 결국 재정의 몫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5년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9%포인트나 늘어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돈 쓸 곳은 갈수록 많아지는데 세수대책도 없이 5년 후 국가채무 증가폭을 5%포인트 이내로 맞추겠다니 못 미더운 것이 당연하다.

빠져나갈 구멍도 너무 많다. 법안에는 ‘경기침체와 대량실업, 남북관계 변화, 경제협력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 또는 발생 우려’가 있을 때는 관리목표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재정이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있다는 의미이기는 하지만 저성장이 구조화될 경우 예외가 상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법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규정이 없다. 사문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매년 균형재정을 다짐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던 것은 제도미비 때문이 아니라 실천의지가 없어서다. 정부는 경기침체 극복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부양책 같은 단기 효과에 기댔고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내 재정에 부담을 줬다. 지금의 재정 건전화 법안으로 이런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미래 세대에게 짐을 떠넘기지 않으려면 국회라도 나서 보다 강력한 의지를 법안에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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