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을 결심하기까지 부담이 큰 작품이었다. 등·퇴장 없이 2시간을 끌어가야 하는 2인 극의 주인공인데다 대사는 “대본을 몇 번이나 집어던질 만큼” 방대했다. “제루샤가 쓴 편지를 두 배우가 각기 다른 공간에서 번갈아가며 읽는 설정이라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두 사람이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2시간 동안 둘 사이의 끈이 이어져야 했기에 관객이 더 편지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연기해야 했죠.” 처음부터 편지에 빠져들기보다는 서서히 동화되어 가는 인물로 제르비스 캐릭터의 방향을 잡은 이유다.
한동안 대극장 뮤지컬 위주로 활동해 왔기에 신성록의 대학로 공연은 화제를 모았다. “선택지 중 가장 하고 싶은 작품이 키다리 아저씨였다”는 그는 “극한의 감정을 선호하는 관객도 많지만, 소소한 것에서 삶의 행복,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 이 작품만의 정서가 좋았다”며 “하고 싶은 작품을 해야 칭찬을 받든 욕을 먹든 찝찝하지 않을 것 같았다”고 웃어 보였다. 2인 극이 주는 에너지 넘치는 무대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신성록은 “단둘이 극을 끌어가야 해 무대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에너지의 크기와 깊이가 엄청나다”며 “배우로서 꼭 해봐야 할 경험이 2인 극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어느덧 연기 인생 14년 차에 접어들었다. 2003년 연기자로 발을 내디딘 뒤 닥치는 대로 이 배역 저 배역을 맡았다. ‘연기 못한다’는 욕도 인이 박이게 들었다. 그렇게 부딪치고 깨지며 자신의 색깔을 찾았다.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제 제 색깔, 제가 가지고 있는 무기가 뭔지는 알 것 같아요. 갖지 못한 것에 욕심내지 않고 내가 지닌 것을 잘 발휘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부단히 애써서 무기의 급수도 올려야겠죠.”/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사진=권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