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듯이 작품 삼매경...일흔의 예술꽃 피우다

화가 오수환·도예가 윤광조 2인전
가나인사아트센터서 21일까지 열려

오수환 ‘변화’, 2009년작 /사진제공=가나문화재단
윤광조 ‘산동’, 2015년작 /사진제공=가나문화재단
서예에 기반 한 일필휘지를 현대적 추상화로 새롭게 그려냈다. 화가 오수환(70)이다. 분청사기의 전통 기법을 익혔으나 형식적 파격을 앞세웠다. 도예가 윤광조(70)다. 전통에 뿌리를 두고 현대적 미감의 꽃을 피워 세계적으로도 그 향을 퍼뜨렸다는 점이 둘의 공통분모다.

나란히 고희(古稀)를 맞은 동갑내기 두 작가가 2인전을 열었다. 종로구 인사동길 가나인사아트센터 전관을 채웠다. 전시 제목이 신명난다. ‘놀다보니 벌써 일흔이네:유희삼매(遊戱三昧)’. 예술을 업(業)으로 삼아 묵묵히 걸어온 순수와 고독의 40년을 ‘유희’에 빗댔다. 놀 듯이 즐기지 않고 자기몰입의 삼매에 빠지지 못했더라면 벌써 딴 길로 빠졌을 ‘예술가의 길’이었다. 스승처럼 모셨던 선배 장욱진(1917~1990)의 주선으로 1970년대에 처음 엮인 두 사람은 서로를 ‘윤 도사’, ‘오 대인’이라 부르며 술친구로 정을 쌓았다.


윤광조,오수환의 2인전 ‘놀다보니 벌써 일흔이네: 유희삼매’의 전시전경 /사진제공=가나문화재단
화가 오수환 /사진제공=가나문화재단
도예가 윤광조 /사진제공=가나문화재단
윤광조의 도예는 예측불허의 자유로움이다. 지하 1층부터 1층 전시장에는 그의 최신작 ‘산동(山動)’을 비롯해 40여 점이 나왔다. 분청사기의 형식적 유사성을 탈피한 그는 매 10년을 주기로 작품을 변화시켜왔다. 그릇 표면에서는 유약과 흙물의 흐름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품은 순수와 고독과 열정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윤 작가는 “새로운 조형인데 낯설지 않은 것, 우연과 필연, 대비와 조화의 교차, 이러한 것들을 통해 자유스러움과 자연스러움을 공감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오수환의 그림은 선비의 격이 살아있는 선(線)의 미학이다. 2층부터 4층까지는 오수환의 추상회화가 펼쳐진다. 그는 1970년대 ‘단색화’에 이어 80년대 이후 등장한 한국 현대추상회화의 핵심 작가다. 서예가의 아들로 태어나 일찌감치 필묵의 경지를 터득했고 서울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며 동양성을 모색했다. “화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보는 사람에게 상상력을 자유롭게 해방시켜 우주의 무한한 공간에서 노닐게 하는 것”이라는 오 작가는 “내 그림의 궁극은 논리적이 아닌 직관적인 표현, 알 수 없는 쓸모없는 기호적 표현, 의미없는 기호를 보여주는데 있기에 의미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정직하게 따라가는 세계”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21일까지. (02)2075-4488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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