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女선수 비난 "너무 입었다", "너무 벗었다"

'#올림픽 여성들은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다' 해시태그 10만 건 넘어

이슬람권에서 아랍 여성 선수들의 옷차림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한창인 가운데, 이슬람권에서 아랍 여성 선수들의 옷차림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영국 BBC 방송은 이슬람권 여성 선수들의 옷차림을 둘러싼 논란이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8일 치러진 이집트와 독일의 여자 비치발리볼 경기 사진이 SNS에서 화제였다.

양쪽 선수들 옷차림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는 이 장면을 두고 일부는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올림픽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고 평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선수들이 지나치게 많이 껴입었다고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우리 여자 비치발리볼 선수들이 스쿠버 다이버처럼 입고 있는 것 봤느냐”고 비아냥댔고, 진보 성향 칼럼니스트인 칼레드 몬타세르는 맨머리를 내놓고 핫팬츠를 입은 1960년대 여자 선수들의 사진을 올리면서 “이집트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에 리비아의 유일한 여성 수영선수로 출전한 다니아 하굴(17)과 올림픽 사상 최초로 ‘난민팀’으로 출전한 시리아 출신 유스라 마르디니(18)를 향해서는 “벌거벗었다”며 입에 담지 못할 악담이 쏟아졌다.

전쟁을 피해 고향을 떠나 난민 20여 명이 탄 전복 직전의 고무보트를 밀면서 지중해를 헤엄쳐 건넌 소녀 마르디니를 향해 한 네티즌은 “저렇게 벌거벗은 모습을 세상에 보여줄 거였으면 차라리 물에 빠져 죽는 게 나았겠다”고 비난했다.

올림픽 출전 여성 선수들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파다해지면서 ‘올림픽 여성들은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아랍어 해시태그 단 트윗도 10만 건을 넘었다.

일각에서는 경기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껴입었다는 이유로 또는 신체 노출이 불가피한 수영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여성 선수들을 비난하는 상황에 자제를 호소했다.

이들은 “당신들이 선수들의 옷에 집중할 때 우리는 그들이 각각 보여주는 성취에 집중한다”, “짧은 바지 입었다고 욕하고, 머릿수건 썼다고 욕하면 어쩌란 말이냐”라고 지적했다.

/이효정인턴기자 kacy95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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