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짧게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지난해 육아휴직 사용으로 연차가 딱 사흘 남은 상황에서 다녀온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와 동시에 3대를 구성하고 있는 가족들이 서로의 일정을 맞추는 ‘기적(!)’을 이뤄내 다녀온 뜻깊은 여행이기도 했다. 하지만 생후 18개월인 아이를 데리고 6시간 넘게 이동해야 하는 수고도 따랐다.
행선지는 우리나라 대표 여름 휴가지인 강원도. 설악산과 동해를 한 번에 즐길 수 있고 찜통 더위 속에서도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날씨를 자랑하는 바로 그곳이다.
숙소는 강원도 고성에 잡았다. 근처 송지호 해수욕장을 방문하고 싶어하는 가족이 있었기에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여장을 푸는 것이 어린아이가 있는 우리에게는 필수조건이었다. 그리고 여건이 허락하는 한 바다에서 하루, 산에서 반나절, 아이들이 즐거운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에서 반나절을 보낼 생각이었지만 생각보다 더운 날씨와 휴가철 꽉 막힌 길 때문에 당초 계획이 실행되긴 어려웠다. 다만 허락된 시간 안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놀 수 있도록 효율적인 동선을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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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행 둘째 날 오전 10시께 케이블카 탑승권을 판매하는 곳으로 갔는데 이때도 이미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차들이 제법 많았다. 하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온 오후 12시께에는 상행선 도로가 2km 가까이 진입하려는 차량으로 덮여있었다. 일정 조정이 가능하다면 되도록 오전 일찍 방문하는 것이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겠다. 아이를 둔 집이라면 주차장은 케이블카 탑승장과 최대한 가까운 곳(사찰 소유 소공원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다만 주차장 이용료 5,0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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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안은 예상보다 시원했다. 움직이면서 외부에서 바람이 들어오는지 위로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훨씬 쾌적했다. 유모차에 태우기는 내부가 좁고 복잡하니 아기 띠를 미리 준비할 것을 추천한다.
오르내리는 시간은 3분 정도로 짧았다. 하지만 그 짧은 사이에 눈앞에 펼쳐지는 설악산의 자태는 상당히 아름다웠다. 붉은 단풍이 타오르는 가을에는 이보다 더 많은 이들이 몰려서 줄을 설 듯했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상승하기 때문에 귀가 예민한 사람은 살짝 아플 수도 있다.
도착한 곳에는 전망대와 기념품샵 등이 마련돼 있다. 권금성까지는 도보로 15~20분 정도 더 올라가야 한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너무 더워해서 전망대를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내려오는 케이블카는 상행과 달리 시간 지정이 되지 않기 때문에 대기 줄이 더 길다. 대합실 온도가 너무 높고 습해서 아이들이 기다릴 때 많이 힘들어했다. 요즘처럼 날이 더울 때는 시원한 음료나 휴대용 선풍기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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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호해수욕장을 진입하는 길은 남쪽과 북쪽 두 갈래다. 만약 속초에서 7번 국도를 타고 송지호 오토캠핑장방면으로 올라가는 길이라면 ‘송지호 해변’이라는 큰 푯말이 보이는 골목으로 우회전해서 진입하면 된다. 굳이 따지면 이쪽이 남측 진입로이며 해수욕장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구역으로 바로 이어지는 길이다. 그러나 실수로 이곳을 지나치면 해수욕장의 북측으로 진입할 수도 있는데, 이 지역은 상대적으로 편의시설도 부족하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해변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굳이 추천하지 않는다. 물론 이곳에도 주차장이 있지만, 만약 ‘송지호 해수욕장 내에서는 어디든 주차할 수 있다’는 말만 믿고 차를 세운다면 주차비만 날릴 가능성이 높다. 샤워실이나 식당, 공중화장실 등이 몰려있는 해수욕장과는 어른 걸음으로도 한참 멀기 때문에 매우 불편하고, 주차장별로 관리하는 이가 달라 차를 한번 잘못 세우면 주차비만 두 번 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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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가 되면 안전요원이 철수하고 바다로 들어가는 것도 금지된다. 물론 그 이후에도 놀려는 아이들은 있지만, 수온이 급격하게 차가워지고 안전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안전요원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우리 가족은 폐장 10분 전까지 놀다 나오는 바람에 늦은 오후의 한적함을 즐길 수 있었다. 대개 오후 3~4시가 되면 바다에 몰려있던 인파의 절반은 돌아가는 듯 했다.
송지호 해수욕장 입구 바로 앞에는 하나로마트가 크게 있어서 이곳에서 고기나 야채 등 저녁거리를 구입해서 숙소로 가는 가족들도 많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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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아기동물목장의 경우, 20개월 이후 아기부터 성인은 7,000원을 내면 어린 동물들에게 주는 먹이를 포함해 입장이 가능하다. 병아리나 오리, 돼지, 다람쥐, 토끼, 양 등 각종 동물을 아이가 직접 만져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해놓았다고 하니 한번 쯤은 아이와 함께 가 볼 만한 것 같다. 동물 관련 체험 외에도 피자 만들기나 천연비누만들기, 젤리양초만들기 등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체험도 신청시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필진> 연유진·이수민기자
각각 딸과 아들을 키우고 있는 초보 엄마. 출산과 육아 휴직 기간, 집에만 갇혀 있는 생활이 답답해 아기와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으며 돌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초보 엄마 숨통 터지는 유모차 여행’(다봄)을 공동 집필했다. 회사에 복귀해 워킹맘으로 직장 생활하는 지금도 주말이나 휴가 때면 짬을 내 나들이나 여행을 다니고 있는 이들은 이 땅의 초보 ‘맘(Mom)’들이 조금이라도 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도록 다양한 팁을 담아 여행기를 연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