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은퇴, 아직은..." 사격의 神 진종오, 4연패 정조준하다

■도쿄올림픽 바라보는 진종오
"후배에 자리 물려주라는 건 사랑하는 사격 빼앗는 것"
"가슴 졸여...이젠 안했으면" 아버지 만류에도 도전 의지
"6.6점 실수 전화위복 돼...이번이 가장 값진 금메달"

진종오가 11일(한국시간) 열린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사격 남자 50m 권총 결선에서 1위를 차지한 뒤 시상대에 올라 관중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이호재기자
“엄마, 아버지 가슴 졸이는 것은 더 안 했으면 좋겠는데….”

진종오(37·KT)가 사격 사상 첫 올림픽 3연패로 ‘세계 최고 총잡이’에 오르던 11일(한국시간). 강원 춘천 남산면의 고향 마을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진종오의 부친 진재호(68)씨는 아들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짜릿한 역전극으로 금메달을 따내자 아버지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움과 안도의 웃음이 번졌지만 4연패 도전에 대한 질문에는 손사래를 쳤다. “나라 아들인지 내 아들인지 모를 지경이어서 메달도 더 필요 없다”는 그는 “가끔 만나 식사도 하면서 가족적으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 박숙자(65)씨는 “너무 기뻐서 눈물도 안 나온다”면서 “너무 떨려서 아들의 경기를 못 볼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위업을 이뤄낸 아들의 눈은 이미 4년 뒤 2020도쿄올림픽을 향해 있었다. 진종오는 경기 이후 “후배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아직 은퇴할 생각은 없다”며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그 말씀은 자제해주셨으면 한다. 나는 정말 사격을 사랑하고 정정당당하게 경기하고 싶다. 은퇴하라는 것은 나에게 가장 사랑하는 사격을 빼앗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사격은 40대, 50대에도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종목 중 하나다. 다만 피나는 훈련과 1년 내내 이어지는 국내외 대회를 소화할 체력과 자기 관리가 가능할 때의 일이다. 1979년생인 진종오는 대부분 종목에서 이미 지도자가 됐을 나이지만 다음 올림픽에 도전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진종오를 14년 동안 지켜본 차영철 사격대표팀 코치도 이번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막에 앞서 “진종오는 만족할 줄을 모른다. 아마 리우에서 금메달을 따도 안주하지 않고 도쿄올림픽까지 바라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종오는 이번 대회에서도 무뎌지지 않은 승부욕과 집중력을 보여줬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사격센터에서 열린 대회 50m 권총 결선 9번째 격발에서 6.6점을 쏴 메달권에서 멀어질 위기를 맞았다. 그는 이 상황을 떠올리며 “긴장하지는 않았는데 오조준한 상태에서 격발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진종오는 무너지지 않고 대역전에 성공하며 193.7점으로 올림픽 신기록까지 세웠다. 그는 “잠시 자책을 하다가 ‘진종오다운 경기를 하자’고 다짐했다”며 “6점을 쏘고 나서 정신 차렸다. 실수를 한 게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지난 7일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5위에 그쳐 자존심을 구겼던 진종오는 “10m 경기에서는 너무 욕심을 부려 뭔가 보여주려는 경기를 하다 보니 내 경기를 하지 못했다”고 고백하고 “그때 5위를 하고 다 내려놓았다”고 덧붙였다. 두 차례 모두 실수를 오히려 평정심을 되찾는 계기로 승화시켰던 것이다.

세계 사격 최초이자 한국 스포츠 사상 최초 올림픽 3연패를 이뤄낸 진종오는 “이번 금메달이 가장 무겁고 값지다”는 말로 그동안 느껴온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어 “정말 힘들고 부담스러운 올림픽이었다. 주위의 기대가 감사하면서도 큰 부담이 됐다”고 했다. 큰 짐을 벗은 그는 “가족과 떨어져 외지 생활을 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며 “일단 가족과 함께 쉬고 싶다”며 밝게 미소 지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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