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새벽(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사격 센터 결선장으로 들어오는 ‘사격 황제’ 진종오(37)의 모자와 손목시계, 신발은 모두 붉은 색이었다.

50m 권총 부문 8명의 선수들이 관중에게 인사를 한 뒤 사대로 발걸음을 옮겨 각자의 총을 꺼냈다. 진종오의 권총은 옷과 마찬가지로 강렬한 빨강이었다.

빨간색으로 무장한 진종오는 약 30분 뒤 올림픽 신기록(193.7점)으로 금메달을 거머쥐며 한국 스포츠사 최초로 올림픽 3연패, 세계 사격 역사 최초로 올림픽 개인전 종목 3연패를 달성했다.


진종오가 이날 빨간색으로 ‘색깔 맞춤’을 한 권총은 스위스 총기회사 모리니가 리우올림픽으로 앞두고 진종오만을 위해 만들어준, 세계에 단 하나뿐인 총이다.

모리니는 2년에 걸쳐 권총을 특별제작했다. 색상과 디자인은 모터스포츠 포뮬러원(F1)의 전설적인 드라이버 미하엘 슈마허의 레이싱카를 참고한 것이며, 진종오는 색상, 방아쇠, 손잡이 등 권총의 모든 부분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다.

권총에는 진종오가 보유한 50m 권총 본선 세계신기록을 나타내는 ‘WR583’이 적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사용하는 권총에 우열을 매기기는 쉽지 않지만 자신만을 위한 총에 더욱 믿음을 갖고 경기에 임한 진종오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진종오는 대회에 앞서 “나만의 맞춤형 총인 만큼 신뢰가 간다”며 “올림픽에서 많은 기록을 세운 뒤 이 총이 우리나라 박물관에 전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아인턴기자 leejaea55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