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세 브레이크가 없다" 금리인하 미룬 한은

<8월 금통위 본회의...기준금리 1.25% 동결>
이주열 "금융당국 제 역할 못해...가계빚 증가" 경고
예상못한 경기둔화 땐 금리보다 재정 추가 역할 논의
"투기자본 유입 우려할 상황 아냐" 환율 방어선 더 뒤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의에서 개회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행 1.25%로 동결했다. /송은석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무섭게 불어나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사상 최저금리’에 올라탄 가계부채의 증가세에는 속도가 붙었는데 브레이크를 걸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금융당국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계부채에 대해 중앙은행 총재가 경종을 울리면서 시장이 기대했던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도 당분간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총재는 향후 경기가 예상외로 둔화할 경우에도 기준금리보다는 재정이 나서는 게 더 나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은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현행 1.25%인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11개월간의 동결을 끝내고 전격적으로 금리를 낮춘 후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묶은 것이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포문을 다시 닫고 있는 것은 가계부채 때문이다. 7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673조7,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3,000억원 늘었다. 이는 2010~2014년 7월 평균치(2조원)와 비교하면 세 배가 넘는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책이 없었던 지난해 7월(7조3,000억원)과 비교해도 상당한 수준이다.


이 총재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내놓았지만 아직 가시화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효과를 좀 더 면밀히 보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오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필요하면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계부채 억제 후속대책을 주문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한계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일부 국가에서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했지만 소비가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다”며 “완화적 통화정책이 장기간 지속하면 가계부채 급증 같은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은이 부동산·건설 경기 과열을 우려하는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는 것을 두고도 “한은과 금통위의 우려가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서 한국에 재정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다.

기준금리 하한선의 대략적인 수준도 밝혔다. 이 총재는 “이달 초 영국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인하하면서 실효 하한이 0%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며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의 경우 정책금리의 실효 하한이 기축통화국보다는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책 대응 여력이 소진된 것은 아니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경기부양의 공도 재정당국에 넘겼다. 개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최근 내수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7월 자동차 판매량은 13만7,992대로 전년 동월 대비 12.1% 줄었다. 이 총재는 “향후 예상치 못한 경기둔화가 있을 경우 재정의 추가 역할에 대한 논의가 자동적으로 검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환율 방어선은 한 발 더 뒤로 물렸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후 1,180원선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급락세를 거듭하며 1,099원50전(11일 종가 기준)까지 떨어져 있다. 이 총재는 “(최근 원화 강세는) 국제금융시장 불안요인이 사라지고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는 등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확대된 데 기인한다”며 “투기자본의 쏠림현상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총재의 발언에 원·달러 환율은 급락, 1,093원20전까지 낙폭을 키우기도 했다. 이 총재는 “원화 강세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약화됐다”며 당분간 외환시장의 가격조정 기능을 두고 볼 것임을 시사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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