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아시아신화여행’은 참신하다. 경기문화재단이 주관했던 ‘신화와 예술 맥놀이’의 강의 내용을 재구성해 묶은 책인데 친숙한 그리스·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와 대척을 이루는 ‘남방계 신화’에 무게를 뒀다. 한반도 안에서만 놓고 보더라도 곰에서 사람이 된 웅녀가 신의 아들인 단군왕검을 낳는 고조선 신화나 바다의 신 해모수와 유화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고구려의 시조 주몽 신화에 비해 제주를 비롯한 남방계의 신화는 덜 알려져 있다. 책은 경기도와 제주도 신화, 오키나와 등 일본의 신화와 인도네시아 신화 등을 다룬다.
신화 속에서는 사람과 귀신이 뒤섞여 살고, 나무와 짐승이 말을 하고, 여자는 햇빛만 받고도 임신을 하기도 한다. 과학과 논리적 기준에서 ‘엉터리’로 보인다고 해서 이들 신화를 ‘옛날이야기’로 치부할 게 아니다. 비교종교학자 미르치아 엘리아데는 신화는 사람들에게 ‘행위의 모델’을 제시하고 이는 현대인에게도 유효하게 삶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애니메이션 ‘원령공주’는 홋카이도의 아이누 신화를 배경으로 했고, 주호민의 웹툰 ‘신과 함께’는 제주도의 신화를 토대로, 영화 ‘아바타’는 인도 신화에서 모티브를 따 와서 제작됐고 큰 공감을 얻으며 성공했다. 신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오늘날 우리의 삶을 더 풍부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게 이 책이 출간된 이유이고, 특히 소외된 신화를 발굴해 냈다는 점이 더 특별한 의미다. 1만8,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