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코칭] ‘관계 노숙인’ 마음 열려면

이상화 드림의교회 담임목사·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한계상황 직면한 사회적 관계
자살 등 병리현상으로 이어져
가족·주변인과의 관계회복 통해
피폐해진 삶과 영혼 치유하기를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세상을 한평생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세상을 앞서 살아간 선각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느냐가 관건이라는 데 초점이 모인다. 그래서 ‘인간관계의 실패는 인생의 실패다’라는 말이 있다.

데일 카네기의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삶의 여정에서 가족이나 아주 가까운 친구들 가운데 비난하고 비판하고 싶은 가족이나 친구가 있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에 정직하게 대답해보라고 한다. 첫째, 비난하고 싶은 사람의 이름은? 둘째, 그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셋째, 예상되는 상대방의 반응은? 넷째, 내가 얻는 것은?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은 불문가지다.

팍팍하고 거친 삶에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중요성과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터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객관적 데이터로만 보면 ‘관계 노숙인’으로 전락한 정도가 아주 심각하다.


지난달 국회입법조사처를 통해 보고된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회통합지표를 분석한 결과를 보자. 갑자기 어려움에 처했을 때 기댈 가족이나 친구가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한국인의 72.4%는 긍정적 답변을 했고 나머지 27.6%는 부정적 응답을 했다. 즉 4명 중 3명은 긍정적 응답을 했지만 4명 중 1명은 인간관계에서 고립무원의 상태에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면 괜찮은 응답률을 보인 것이 아닌가 싶지만 문제는 사회 구성원의 상호 지지 정도를 나타내는 ‘사회적 관계(사회적 지원 네트워크)’ 부문에서 조사 대상인 36개 국가(OECD 34개 회원국+브라질·러시아) 가운데 긍정 응답 비율이 가장 낮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긍정 응답률은 전체 평균인 88.0%보다 15.6%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다른 나라의 응답률을 보면 정치적으로 불안한 터키(86.1%)나 중남미 국가 중 칠레(85.0%), 멕시코(76.7%)보다도 낮았다. 지표 점수로는 10점 만점에 겨우 0.2점에 머물렀다. 한 마디로 사회적 관계에서는 꼴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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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병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대부분의 사회병리 현상은 사람들이 서로 신뢰할 수 없는 관계의 절벽 상황에 내몰린 데서 비롯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자신의 가슴을 열어놓고 대화할 수 있는 친밀한 사람 6명이 있는 사람은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동체를 절대로 떠나지 않고 그 안에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누리며 산다는 사회학자들의 분석도 있다. 이는 자살이라는 막다른 선택까지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찌 보면 친밀감을 전달하지 못하는 냉혹한 사회관계망의 한계가 가져다주는 사회적 타살이라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지난 10년 동안 OECD 국가 중 부끄러운 1위를 차지한 것이 많지만 특히 자살률 1위, 노인빈곤율 1위와 같은 기록들은 분명히 사회적 관계의 한계 상황에 기인한 것이 크다. 그러다 보니 술 마실 일은 더 늘어나고 두통약 없이는 살 수 없기에 두통약 소비율도 1위라는 말까지 들린다.

대안은 없을까. 사람을 의미하는 ‘인간(人間)’은 단어 자체가 상호 의존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관계 지향적으로 창조된 인간에게 따스한 온기를 전달할 수 있는 친밀감의 회복만이 사회병리 현상을 치유하는 대안인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마음 둘 곳 없어 방황하는 관계 노숙인들이 쉽게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가족 관계의 회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나 홀로 가구’ ‘혼자 밥’ ‘혼자 술’이 낯설지 않은 생활방식이 되고 있다. 그들의 삶과 영혼을 섬기는 한 사람으로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더욱 성숙해가기를 기대한다. 가족 관계의 친밀함과 깊이를 통해 회복을 경험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고민은 더욱 깊어만 간다.

이상화 드림의교회 담임목사·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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