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 육군·어느 하급장교가 바라본 일본제국의 육군> 내부자의 시각으로 일본 군국주의의 참상

■‘쇼와 육군’ 호사카 마사야스 지음, 글항아리 펴냄
천황의 소모품에 불과했던 군인
A급 전범 등 증언 생생히 다뤄
■‘어느 하급장교가 바라본 일본제국의 육군’ 야마모토 시치헤이 지음, 글항아리 펴냄
2차대전 참전한 저자의 폭로
"일본, 전쟁 왜 하는지 몰랐다"



1946년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전범재판) 법정에 앉아 있는 일본 A급 전범들. 앞줄 왼쪽부터 도조 히데키 전 총리, 오카 다카즈미 해군 중장, 우메즈 요시지로 육군 대장, 아라키 사다오 육군 대장, 무토 아키라 육군 중장. 뒷줄 왼쪽부터 하라누마 기이치로 전 총리, 도고 시게노리 외무대신, 시게미쓰 마모루 외무대신./사진제공=글항아리


제2차 세계대전 때 폭탄이 장착된 비행기를 몰고 자살 공격을 한 일본군 특공대 ‘가미카제’, 일본이 중국의 하얼빈에 주둔시켰던 세균전 부대인 ‘731부대’. 전쟁 당시 일본군의 맹목성과 잔혹함을 대표하는 단어들이다.

전쟁은 분명 끝났지만, 일본의 과거 만행은 피해를 입었던 이들에겐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식민지 국가였던 한국을 포함해 일본의 군국주의로 인해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나라들은 여전히 일본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하며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길 바라고 있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을 포기하고,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다’고 명시된 헌법 제9조를 바꿔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목적이 어떻든 간에 제 3자의 눈으로 봤을 땐 군국주의 부활 움직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기억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하나둘 세상을 뜨고 자신이 저지른 전쟁범죄조차 부인하는 일부 일본 우익들의 발언과 행동으로 인해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규탄하는 목소리는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부자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일본의 군국주의를 바라보는 책 2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쇼와 육군’은 쇼와 천황이 재위하던 시대, 즉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제국 육군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일본 군부의 A급 전범들과 장교, 일반 병사뿐 아니라 중국과 대만의 군인, 외교관, 정치인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관계자의 증언과 일기, 기록 등을 바탕으로 전쟁의 숱한 참상은 모두 ‘쇼와 육군’이라는 몸통을 관통해 벌어진 일이라고 결론 내린다. 그런 만큼 일본 육군을 연구하지 않으면 무슨 까닭에 일본이 이처럼 무모한 전쟁으로 치달았는지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당시 쇼와 육군은 인간이 아닌 신으로 떠받들여지던 쇼와 천황만을 위해 존재했다. 일반 병사 개개인은 군대의 소모품에 불과했고, 야만성과 잔혹함은 상부의 지시라는 말 한마디에 정당한 행동으로 쉽게 바뀌었다. 전쟁 중의 야만스런 행위들이 아직 그 추산이 집계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자행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논픽션 저널리스트로 꼽히는 저자는 “앞으로 일본은 전쟁이라는 정치적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과거 그 선택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낳았는가를 보면 그 까닭을 알 수 있다. 동시에 다시는 어떠한 형태로든 군사 주도 국가로 기울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쇼와 육군’이 일본군의 만행을 구조적인 시각에서 분석했다면, ‘어느 하급장교가 바라본 일본제국의 육군’은 제목처럼 실제 일본제국의 육군이었던 저자의 눈으로 일본 군국주의를 고발한 책이다.

일본문화론의 대가로 알려진 저자 야마모토 시치헤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육군의 하급장교로서 참전했던 경험을 책에 담았다.

저자가 느낀 일본군은 한마디로 ‘이도 저도 아닌 애매모호한’ 상태에 빠져 있었다. 전쟁을 하고 있지만, 왜 하고 있는 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말한다. 일본군에게는 ‘전쟁 체험’이나 ‘점령 통치 체험’이 없었으며 이민족 공존사회, 혼혈사회에 대해서도 무지했고 지금도 역시 모른다고. 2차 세계 대전 당시로 회귀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일본에게 두 저자의 과거 역사 기록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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