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포기를 모르는 집념의 짱콩 "4등 꼬리표 떼어내 후련해요"

4년전 1점차 대표탈락 고배
작년엔 프레올림픽 도둑훈련
"이 자리 다시 온다" 다짐 지켜
'절친' 기보배 만난 4강이 고비
강풍 이겨내고 금빛 활시위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들어보이는 장혜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강)채영이 어디 있지?”

지난 4월 대전에서 열린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 3위로 대표팀에 턱걸이한 장혜진(29·LH)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도 아깝게 탈락한 후배부터 찾았다. ‘4등’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혜진은 2012런던올림픽 출전을 앞뒀다가 단 1점이 모자라 최종후보에서 탈락했던 경험이 있다. 그때 그는 한국에서 TV로 친구 기보배(광주시청)의 2관왕을 지켜봐야 했다.


12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독일의 리사 운루를 상대해 세트점수 2대2로 맞선 장혜진은 3세트에서 1점 차 승리를 가져온 데 이어 4세트에선 첫 2발을 모두 10점에 꽂으며 금메달을 따냈다. 세트점수 6대2(27대26 26대28 27대26 29대27)의 여유로운 승리. 장혜진은 “‘4등 선수’라는 꼬리표를 지금까지 달고 있었는데 그 꼬리표를 떼어 후련하고 좋다”며 기쁨의 눈물을 보였다.

기보배와의 4강이 고비였다. 1세트 장혜진 차례에 순간적으로 초속 6m 이상의 강풍이 불었다. 멈칫하던 장혜진은 억지로 시위를 놓았고 화살은 3점에 꽂혔다. 19대25의 완패. 하지만 2세트 마지막 발을 10점에 맞춰 27대24로 세트점수 동점을 만든 끝에 장혜진은 세트점수 7대3(19대25 27대24 27대24 26대26 28대26)으로 이겼다. 3세트에는 반대로 기보배가 초속 2m 이상의 바람에 6점을 맞히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장혜진은 앞서 16강에서는 강은주(북한)와 남북 대결을 벌여 6대2로 승리했다. 리우 올림픽 첫 남북 대결이었다.

장혜진은 다른 대표선수들보다 늘 한 발짝씩 늦었다. 27세에 월드컵 대회에서 딴 금메달이 첫 개인전 금메달이었다. 태극마크를 처음 단 것도 대학교 4학년 때였다. 지난해 9월 리우에서 열렸던 프레올림픽은 정식 출전자격이 없어 ‘도둑훈련’을 해야 했다. 그때도 4등이었다. 1~3등 선수들이 경기하는 사이 장혜진은 몰래 연습장을 찾아 시위를 당겼다. 그는 “애들 활 쏠 때 저는 뒤에서 훈련하면서 ‘꼭 이 자리에 다시 와서 그때는 사선에 서서 활을 쏘겠다’고 다짐했다”며 “진짜로 올림픽 결승 사선에 서니 꿈만 같았다”고 했다. 결승에서는 마지막 한 발을 남겨놓고서야 ‘아, 올림픽 결승이구나’하고 실감할 정도로 한 발 한 발에만 몰입해 있었다고 한다.

키 158㎝로 양궁선수치고는 작은 편인 장혜진은 별명이 ‘짱콩’이다. 땅콩 중에 최고가 되라는 의미로 친구가 붙여줬다고 한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시위를 당기기 전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라는 성경 구절을 반드시 왼다. 단체전 금메달의 맛을 “무지갯빛 솜사탕 맛”이라고 표현했던 장혜진은 개인전 금메달은 “배고플 때 먹는 초코파이 맛”이라고 했다. 리우 입성 후 초코파이를 거의 한 상자나 먹었다고 한다.

한편 양궁남녀대표팀 6명 가운데 유일한 올림픽 유경험자였던 기보배는 3·4위전에서 알레한드라 발렌시아(멕시코)를 6대4로 꺾고 동메달을 따냈다. 한때 3점을 쏘며 흔들리기도 했지만 마지막 5세트 3발을 모두 10점에 꽂으며 이름값을 했다. 기보배의 올림픽 메달은 4개(금 3, 동 1)로 늘었다. 기보배는 “셋 중 누군가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이 다들 있었는데 그걸 잘 이겨내고 가져와줘 정말 고맙다”며 장혜진의 2관왕을 축하했다. 장혜진과 기보배는 강풍에 흔들린 끝에 8강에서 발렌시아에게 0대6으로 패한 세계랭킹 1위 최미선(광주여대)을 “낙심하지 말고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를 기대한다”며 다독였다. /리우데자네이루=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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