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롯데케미칼이 1조1,675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신바람’을 냈지만 노조는 당장의 임금 인상에 연연하는 대신 당면한 회사의 위기를 함께 이겨내자고 사측에 손을 내민 것이다.
롯데케미칼의 여수·대산·울산 등 3개 사업장 노조는 2016년도 임금 교섭을 사측에 위임하기로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롯데케미칼 3개 사업장 노조 전체가 임금협상을 사측에 위임한 것은 지난 1976년 회사 창립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케미칼 노조는 “최근 그룹 및 회사의 엄중한 상황을 노사가 힘을 모아 극복하고자 임금 교섭 위임 결정을 내렸다”며 “이번 결정을 통해 회사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성장에 큰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사측도 노조의 통 큰 결정에 화답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창사 이래 가장 힘든 시기에 위기 극복을 위한 동반자가 돼준 노조의 대승적 결단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며 “합리적인 수준의 임금인상과 행복한 직장문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이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신 노사문화 구축 노력이 그룹의 위기를 맞이해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6월 ‘창조적 노사문화 선포식’을 개최하고 경영권과 노동권 존중, 소통을 통한 문제 해결,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한 성장 목표 인식, 창조적 노사문화 가치실현 등 4개 부문의 노사헌장을 발표한 바 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