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3대 주가지수가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트레이더들이 환한 표정으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뉴욕증시의 3대 주요 지수가 같은 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지난 1999년 12월31일 이후 처음이다. /뉴욕=AFP연합뉴스
뉴욕증시는 이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올 초에 비해 다우지수의 경우 6.8%, S&P500은 6.9% 각각 상승했다. 나스닥지수 역시 4.4% 올랐다. 올 2월 1만 6,000선 밑으로 추락했던 다우지수는 6개월 만에 20% 이상 뛰었다.
다우와 S&P500은 유럽과 일본 등의 양적 완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 자산의 상대적 매력이 6월 브렉시트 이후 부각되면서 지난달부터 사상 최고치 경신에 돌입했다. 나스닥지수도 이달 초 1년 만에 사상 최고치 경신에 합류해 마침내 이날 3대 지수가 나란히 최고점에 오른 것이다. 당초 악화될 것으로 분석됐던 S&P500 기업들의 수익성이 예상보다 양호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는 기업들이 속출한 것도 한 주가 급등의 한 이유다. 이날도 미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와 콜스 등 소매업체의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며 16~17%씩 올라 장 상승을 이끌었다.
여기에 6~7월 미 고용시장 개선이 견조하고 소비지출과 임금 증가, 주택가격 회복 등 경제지표의 호조도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월가는 다우지수 목표치 평균을 이미 2만3.93으로 상향해놓고 있다. 스튜어트 호프먼 PNC금융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사상 최고치에 따른 피로감에 단기적으로 주가가 5% 정도 빠질 가능성이 있지만 매수 기회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치보다 높긴 하나 기업 실적이 딱히 나아진 것이 없는데 증시가 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가는 것은 저금리 속에 넘쳐나는 돈의 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WSJ는 “채권 이자율이 너무 낮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뉴욕증시에 대한 고평가 우려도 만만치 않다. 실제 S&P500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19.5배에 달해 최근 10년 평균인 15.9배를 크게 웃돌고 있다. PER의 상승은 기업의 주당 이익에 비해 주식 가격이 크게 뛰었다는 것을 뜻하는데 S&P500 기업의 2·4분기 실적은 물론 3·4분기 전망치는 전반적으로 둔화세에 힘이 실려 있다. 월가의 일부 주식매매인들은 투자자들이 여름휴가에서 돌아와 이익을 실현해나가면 서머 랠리는 막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은 이날 뉴욕증시가 최고점을 찍은 가운데서도 올 들어 채권형 펀드에 2,020억달러가 몰리고 있는 데 비해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서는 470억달러가 빠져나갔다고 지적했다. 기업 수익성은 계속 떨어지고 오는 11월 미 대선과 이탈리아 국민투표 등 정치적 리스크도 만만치 않아 채권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은 여전하다는 것이 JP모건 측의 설명이다.
마크 키에셀 핌코 글로벌 수석투자책임자는 “경제 상황이 채무불이행 위험은 낮으면서 인플레이션을 촉발하지도 않는 스위트스폿에 있어 채권 투자에 최적인 상황”이라며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데 채권은 안정적이면서 수익률도 좋다”고 강조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