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사업 확정도 안됐는데 "투자 해달라"…지자체 생떼에 난처한 기업들

삼성 "전장 M&A 진행중인데"…광주시 투자 구애 부담
현대차·KCC 등도 선거 앞둔 포퓰리즘 공약에 곤욕

양용모 전라북도의회 의원은 오는 16일부터 서울 서초동 삼성 본사와 여의도 국회의사당 등에서 1인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지난 2011년 삼성이 전북 새만금에 7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했지만 사업 추진이 중단된 데 대한 항의 차원에서다. 1인시위이기는 하지만 지역민을 대표하는 도의원인데다 지역 내부에서도 투자 무산에 대한 불만을 갖는 이들이 있어 삼성으로서는 난처한 입장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규모 투자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를 원하는 지역민들의 열망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세계 경제와 기업의 경영상황이 바뀌었는데 무턱대고 투자 약속을 지키라고 하면 누가 투자를 할 수 있겠느냐”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전후로 쏟아져나왔던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지역의 대기업 투자 요구가 최근 다시 빗발치고 있다. 지금까지 지자체의 기업 투자 요구는 늘 있어왔지만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지역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막무가내식 투자 요청에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총선 이후 잠잠해졌던 지자체의 대기업 투자 요구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우선 광주광역시와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삼성이 해외 자동차 부품사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장사업 유치에 재시동을 걸었다. 광주시 측은 이와 관련해 삼성에 다양한 유치 의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피아트크라이슬러의 부품계열사인 마그네티마렐리를 30억달러(약 3조3,540억원)에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 유치 대상인 삼성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아직 인수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투자를 하라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기 때문이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전장사업의 해외 인수합병(M&A)과 관련해서는 확정된 바도, 추가 진행 사항도 현재로서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새만금 투자 무산도 계속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북도의회가 ‘삼성 새만금 투자 무산 조사특별위원회’ 구성을 추진했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도의원은 다음달 다시 특위 구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의 무리한 투자 요구에 난감해 하는 대기업은 비단 삼성만이 아니다. 현대자동차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014년 자신의 지역구인 전남 곡성 등에 연산 20만~30만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유치하겠다고 나서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에는 전라북도가 전주에 현대모비스 공장을 지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KCC도 2011년 경기도와 안성 제4일반산업단지에 투자를 하기로 했지만 경영이 악화하면서 현재 투자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이에 지역민들은 KCC의 사업 중단에 항의하는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기업들은 이 같은 지자체의 무리한 투자 요구가 지역 개발 공약이 난무할 대선 국면에서 더욱 거세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현대경제연구원과 실시한 ‘2016년 하반기 투자설문’에서 ‘내년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하반기 기업 경영 시 부담스러운 부분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기업(43개사) 중 23%인 10개 기업이 정부와 지자체의 무리한 투자 요구라고 답했다. 10개 기업 중 상당수는 본사 소재지가 지방인 곳들이어서 지자체와 지역민의 과도한 요구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대기업 투자가 늘어야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은 이해하지만 무작정 대기업을 압박한다고 해서 투자가 되는 게 절대 아니다”라며 “글로벌 경기와 투자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데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