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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바하다치주카 지역의 올림픽 골프코스. 112년 만에 올림픽에 재진입한 골프는 롱런 가능성을 확인하고 1부의 막을 내렸다. 2부는 17일부터 다시 나흘간 열리는 여자골프다.
연습 라운드 때만 해도 눈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갤러리만 보였던 코스는 각국 국기를 든 팬들로 가득 찼다. 실제로 이날 남자골프 최종 4라운드 입장권은 매진됐다.
남자골프는 지카바이러스와 일정상의 이유를 들어 세계랭킹 1~4위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대회 전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하지만 대회 기간 코스에서 모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출전선수들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못지않게 정돈된 코스에 놀란 표정이었다.
톱랭커가 빠졌다지만 60명의 출전자 중 상당수는 미국과 유럽 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지카바이러스의 위협과 치안 불안에도 올림픽 출전이라는 오랜 꿈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이라 뿜어내는 열정부터 남달랐다. PGA 투어 통산 9승의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리우에 오기로 한 결정은 내 생애 최고의 선택”이라고 했다. 남아공팀 스태프로 참가한 ‘골프 전설’ 게리 플레이어는 대회전 룰미팅에서 “여기 오지 않은 선수들은 생각하지 말자. 진정한 올림피언인 참가선수들만 배려해달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메달리스트를 가리는 과정 또한 스릴 넘쳤다. 지난 2013년 US 오픈 챔피언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올해 브리티시 오픈 우승자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이 대접전을 벌였다. 한 달 전 브리티시 오픈에서 스텐손과 필 미컬슨(미국)이 펼친 기록적 명승부에 버금가는 레이스였다. 마지막 18번홀(파5) 39야드 거리에서 세 번째 샷을 1m 안쪽에 붙여 금메달을 깨문 로즈는 “지금까지 경험했던 우승의 기쁨과는 전혀 다른 최고의 환희”라고 소감을 밝혔다. 대회 첫 홀인원을 터뜨렸던 로즈가 금메달까지 차지한 것이다. 스텐손은 로즈와 17번홀까지 15언더파로 맞서 흥행에 일조했다. 어프로치 싸움에서 이긴 로즈가 16언더파, 조금 짧았던 스텐손은 14언더파를 적었고 동메달리스트(13언더파) 맷 쿠처는 마지막 날 8언더파를 몰아치는 분전으로 미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안병훈(25·CJ)은 6언더파 공동 11위로 마쳐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마지막 홀 칩인 이글로 축제 분위기를 돋웠다.
한국 남자 대표팀 코치로 대회를 마친 최경주(46·SK텔레콤)는 “마지막 날에는 갤러리가 3만명은 온 것 같다”며 “이렇게 좋은 골프장과 분위기에서 4라운드 스트로크 플레이 한 번으로 마치기는 아쉽다. 남녀 단체전과 혼성전도 생겨 금메달 5개를 겨루는 포맷으로 확대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리우데자네이루=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