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경축사, "건국 68주년", "안중근 의사 순국장소는 하얼빈"…역사관 논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와 관련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난해에 이어 광복절을 ‘건국절’로 규정짓고 안중근 의사의 순국 장소를 하얼빈으로 잘못 말하는 등 말실수를 일삼아 대통령의 역사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 대통령은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건국절’을 주장했다. 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존재를 부정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뉴라이트 성향의 우익인사들이 주창하고 있는 ‘건국절’(1948년 8월15일) 주장과 일맥상통해 학술적·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오찬에서 “건국절 주장은 역사를 외면하는 처사 뿐 아니라 헌법에 위배된다. 대한민국은 1919년 4월11일 중국 상하이에서 탄생했다”고 92세 광복군 노병이 주장한지 불과 3일만의 일이다.

또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광복의 역사를 만들고, 오늘날의 번영을 이룬 것은 결코 우연히 된 것이 아니었다”며 “안중근 의사께서는 차디찬 하얼빈의 감옥에서 ‘천국에 가서도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라는 유언을 남기셨다”고 연설했다. 하지만 안 의사 순국지는 하얼빈이 아니라 뤼순에 있는 감옥이었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26일 오전 하얼빈 기차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러시아 헌병에 체포된 뒤 일제에 신병이 인도되면서 곧바로 일제가 관할하던 뤼순으로 압송당했다. 일제는 이듬해 3월26일 사형을 집행하고 안 의사를 뤼순 감옥 인근에 매장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안중근 의사 순국 장소 발언과 관련해 이날 “하얼빈 감옥이 아니라 뤼순 감옥”이라고 뒤늦게 정정했지만, 다른 날도 아닌 ‘광복절’ 경축사에 기본적인 역사 지식조차 부재한 발언이 나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일 합의와 위안부 재단 설립 등으로 위안부 문제가 뜨거운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한·일 관계도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추상적인 언급을 하는 데에 그쳤으며 일본의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전혀 내지 않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이 같은 경축사에 대해 비판했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현안브리핑을 통해 “제71주년 광복절, 대통령이 보낸 순국선열에 대한 경의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며 “단순한 실수일 수도 있지만 건국절 주장,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 등 현안 정부의 그릇된 역사인식과 겹쳐져 우려스럽다”고 반발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요즘 대한민국이 1948년 8월 15일 건립됐으므로 그날을 건국절로 기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역사를 왜곡하고 헌법을 부정하는 주장이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경축사를 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국민들의 비판은 계속되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승희인턴기자 jsh040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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