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효섭·강형진 서울대 의대 소아과 교수팀은 국내 ‘중증 재생 불량 빈혈’ 소아 청소년 환자에게 혈연이 아닌 사람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한 뒤, 치료 과정에서 기존의 항암제 처방을 바꾼 결과 장기 생존율을 97%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16일 밝혔다.
그 동안 국제적으로 이식등록기관에서 발표한 소아 청소년의 중증 재생 불량빈혈 관련 조혈모세포이식 치료성적은 평균 약 75%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아 청소년 관련 혈액질환 중 가장 치명적이고 희귀한 질환으로 알려진 ‘중증 재생 불량 빈혈’은 가족 중에서 적절한 공여자가 없으면 불가피하게 다른 사람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해야 한다.
‘피를 만드는 어머니 세포’란 뜻을 가진 조혈모세포는 우리 몸 혈액 내 적혈구·백혈구·혈소판·각종 면역세포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조혈모세포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할 때 가족 또는 다른 사람의 건강한 세포를 이식하는 치료법이 바로 조혈모세포이식이다.
조혈모세포이식은 고용량 항암제 혹은 전신 방사선치료를 해야 하는 독성이 높은 고위험·고비용의 시술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소아 청소년 재생불량빈혈에는 전신 방사선치료를 동반한 비혈연 조혈모세포이식을 많이 시행했다. 그러나 혈연간 세포 이식에 비해 비혈연 세포이식은 성장장애 등 방사선 부작용을 동반하고, 생존율도 75%에 그친다.
이번에 연구진이 찾아낸 것은 전신 방사선 치료 없이 항암제 ‘사이톡산’과 ‘플루다라빈’을 적절하게 사용해 생존율을 97%로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사이톡산의 용량을 줄이고 플루다라빈의 용량을 늘여 항암제 독성을 줄이고 효과를 극대화해 치료 성공률을 높였다.
강형진 교수는 “성장장애, 갑상선질환, 백내장, 2차 암 발생 등 부작용을 유발하는 방사선 치료 없이 항암제만으로도 성공적인 조혈모세포이식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혈연 공여자가 없는 환자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골수이식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됐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