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올림픽 여자골프 대표팀이 16일(한국시간) 올림픽 골프코스에서 오륜마크 조형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박인비, 양희영, 박세리 코치, 김세영, 전인지.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연습 라운드에서 홀인원을 터뜨린 박인비. /박인비 트위터
“손가락 부상이 완치된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나중에 손가락이 터지더라도 모든 걸 쏟아부어야죠. 그게 올림픽 정신 아닌가요?”(박인비)
“박상영·김현우 선수의 투혼을 보고 감동 받았어요. 10대14에서 뒤집고 탈골에도 포기하지 않고….”(김세영·전인지)
다들 올림픽은 처음이지만 이미 올림피언의 자세가 몸에 밴 모습이었다. 금메달을 노리는 여자골프 대표팀 얘기다.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 코치가 이끄는 대표팀은 16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골프코스(파71·6,245야드)에서 공식 연습 라운드를 치렀다. 116년 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에 재진입한 여자골프는 17일 오후7시30분부터 1라운드를 시작해 개인전 스트로크 플레이로 나흘간 계속된다.
화창하고 바람도 잔잔하던 날씨는 오후가 되자 돌변했다. 짙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는 사이 시속 50㎞의 강풍이 몰아쳤다. 경기장 구역을 나누기 위해 땅에 박아놓은 펜스들이 일부 뽑힐 정도였다. 선수들은 그러나 몸을 가누기조차 어려운 환경에서도 골프클럽을 놓지 않았다. 대회 첫날을 빼고 사흘간은 비 예보가 있고 바람도 심상찮을 것으로 보여 좋은 연습이 된 셈이다.
결전을 앞두고 가장 비장한 쪽은 전 세계랭킹 1위 박인비(28·KB금융그룹)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메이저대회 우승만 7차례에 이르는 박인비는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실망하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정말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했다.
올해 1승도 챙기지 못할 정도로 왼손 엄지손가락 인대 손상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박인비는 최근 두 달 이상 LPGA 투어 일정을 쉬고 국내에서 연습 라운드 위주로 올림픽을 대비해왔다. 올림픽 기간엔 통증을 의식하지 않기 위해 테이핑도 하지 않을 계획이다. 박인비는 “대회를 마치면 자기공명영상(MRI)을 다시 찍어봐야 할 것 같다. 그 전엔 손가락이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겠다”며 “올림픽 정신이란 게 있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6번홀(파3·177야드)에서 6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터뜨리기도 했다. 남자골프의 저스틴 로즈(영국)가 1라운드 홀인원 뒤 금메달까지 내달렸던 사실을 얘기하자 남편인 코치 남기협씨의 얼굴이 아내보다 더 상기됐다.
한국 선수단의 일원으로서 다른 종목의 어느 선수가 가장 인상에 남느냐고 물었더니 김세영(23·미래에셋)과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눈을 반짝였다. 펜싱의 박상영과 레슬링 김현우를 꼽은 둘은 “역경을 이겨내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에서 울컥하는 무언가를 느꼈다” “‘나 같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면 더 존경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김세영은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LPGA 투어에 진출했다고 말할 정도로 오래 전부터 올림픽 무대를 꿈꿔왔다. 전인지 역시 처음엔 골프 대표팀이 묵는 별도 숙소 대신 선수촌 입촌을 희망했을 정도로 올림픽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선망해왔다.
양희영의 부모는 카누 국가대표 양준모씨와 창던지기 대표 장선희씨다. 두 사람 다 1986서울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올림픽 출전의 꿈을 딸이 대신 이룬 셈이다. 양희영은 “부모님은 제 훈련량이 성에 안 차시는 것 같다. 우리 땐 어떻게 훈련했는지 아느냐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며 웃었다. 양희영은 “몸 상태와 샷 감도 좋고 골프장도 저한테 잘 맞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막내 전인지가 17일 오후7시52분 1번홀 티샷을 날리며 박인비와 양희영은 각각 오후9시3분, 오후10시36분 출발한다. 강력한 우승후보인 에리야 쭈타누깐(태국)과 장타 대결을 벌이게 된 김세영은 또 다른 강자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오후10시58분 티오프한다.
/리우데자네이루=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