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경기장에서 환호성만큼이나 큰 야유가 종종 나오는 건 좀 의아했습니다. 미국 스프린터 저스틴 개틀린에게 쏟아지는 야유죠. 2004아테네올림픽 100m 금메달리스트가 여전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다툰다는 건 존경받을 일인데 개틀린은 올림픽의 불청객 같은 분위깁니다. 바로 과거 두 차례의 금지약물 복용(도핑) 전력 때문이죠. 이미 10년이 지난 과거라는 게 개틀린의 주장이지만 팬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특히 이번 올림픽은 도핑에 대한 일반의 반응이 유례없이 싸늘합니다. 국가 주도의 조직적인 도핑으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러시아의 영향 때문이겠죠. 결국 러시아 선수 118명은 리우 올림픽 출전 금지를 당했습니다. 러시아의 몰상식과 파렴치를 돌아보면 이 같은 조치도 부족하다는 게 국제사회의 지배적인 주장입니다. 러시아 선수단 전체에 출전 금지를 내리지 않은 데 대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밀월 관계를 지적당하기도 했습니다.
바흐 위원장은 리우에 와서도 각종 기자회견에 참석할 때마다 도핑근절 대책과 관련한 날카로운 질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론에 떠밀린 IOC는 최근에야 도핑이 적발되면 영구 제명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리우에서 확인한 팬들의 요구는 분명합니다. 바로 ‘원스트라이크 아웃’이죠. 개틀린과 러시아 선수들은 물론이고 중국의 수영스타 쑨양도 비난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고의든 실수든 간에 도핑은 스포츠 팬들을 향한 배신이고 모욕입니다. 우사인 볼트와 마이클 펠프스가 진정한 영웅으로 추앙받는 것도 그들이 깨끗한 승자이기 때문이겠죠. 도핑에 대한 엄혹한 현지의 분위기를 접하며 박태환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도핑 적발로 징계를 받은 박태환은 대한체육회의 추가 징계 움직임에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까지 가면서 어렵게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죠. 리우에서 도핑 전력 선수들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확인한 박태환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먼 길을 돌아온 국가대표 박태환은 그러나 남은 한 종목을 포기하고 예정보다 일찍 귀국했습니다. 물론 속사정이 있겠죠. 하지만 판정 시비와 팔이 빠지는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경기장을 지킨 레슬링 김현우의 투혼을 보면 박태환의 선택이 남긴 씁쓸한 뒷맛은 더 진하게 전해집니다.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