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결과 빡빡한 중환자실·입원실 사정 등을 이유로 격리조치를 미뤄 감염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16일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심혈관계 질환, 암, 당뇨 등을 앓는 환자가 요로감염·폐렴·패혈증 등을 일으키는 CRE에 감염되면 치료할 항생제가 마땅치 않고 감염 경로가 다양해 중환자실이나 병동 일부를 폐쇄해야 할 상황에 내몰리곤 한다”며 “하지만 정부의 역할이 매우 제한적인데다 명확한 대응 기준이 없어 곤혹스러워하는 병원들이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
패혈증 땐 치사율 최고 50%감염 경로 다양·확산세 빨라
중환자실 폐쇄사태 등 속출
CRE는 기존 항생제인 세팔로스포린·베타락탐제 등에 내성을 가진 세균을 잡기 위해 개발한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에도 반응하지 않는 장내세균을 말한다. 몇몇 병원에서는 CRE에 감염돼 패혈증이 생긴 환자의 50%가량이 사망했다는 논문까지 발표됐다. 따라서 병원들이 어떤 수준의 격리조치를 취해야 할지 망설일수록 감염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질병관리본부가 표본감시대상으로 정한 대학·종합병원 등 100개 대형 병원에서 감염자(혈액에서 CRE 검출)로 신고한 사람만 2년 새 2.1배(2013년 153명→지난해 328명)로 불어났다. 소변·대변·가래 등 혈액 외 검사대상물에서 CRE가 검출된 보균자는 같은 기간 1,686명에서 2,253명으로 34% 증가했다. 5개 임상검사센터가 환자 검사대상물에서 검출된 녹농균과 아시네토박터균의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이미페넴·메로페넴·플루오로퀴놀론) 내성률은 지난 2007년 20∼49%에서 2014년 24∼73%로 높아졌다.
하지만 CRE에 대한 우리 보건당국의 준비 태세는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를 겪기 전의 메르스 대책과 비슷한 수준이다. 질본은 표본감시대상 대형 병원의 CRE 신고 건수만 파악할 뿐 전국적인 감염자 규모도, CRE 감염 사망자 수도 모른다. 감염자 진료정보를 병원이 독점하는 상태다 보니 감염자가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녀도 정보 공유가 안 돼 감염 확산에 속수무책이다. CRE 감염에 취약한 장기입원 노인이 대부분인 요양병원 등 중소병원 환자는 더 심각한 정보 사각지대다.
법정전염병으로 지정 안 돼
정부, 감염·사망자수도 몰라
“제2 메르스 우려…대책 시급”
따라서 질본이 ‘CRE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와 시스템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 어떤 항생제도 안 듣는 슈퍼박테리아급으로 진화 중인 CRE 감염증은 현재 표본감시대상 감염병일 뿐 병원이나 의사가 보건당국에 의무적으로 관련 정보를 신고해야 하는 제1~4군 법정 전염병이 아니다.
김 교수는 “아직 CRE 감염이 몇몇 대학·종합병원에서만 유행하는 수준이지만 정부와 병원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전국 병원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해 페니실린 발명 전 시대로 후퇴할 수 있다”고 경고한 뒤 “감염병예방관리법 등을 하루빨리 보완하고 병원들이 전문인력·감염예방 투자에 나설 수 있게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