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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 같은 큰 사고가 일어나고, 집회에 참여한 시민이 공권력에 의해 다치고, 부모가 자식을 학대해 죽이는 등 비상식적인 일들이 횡행하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을 살아가는 한국의 현실에서 작가는 낯설고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최근 몇 년 새 세상이 부쩍 흔들린다는 느낌이 들고, 보편적 판단으로 살아왔던 것과는 뭔가 다른 움직임이 있는 것 같아요. 1990년대까지 미국과 소련의 냉전으로 유지되던 이데올로기의 균형이 깨지면서 민족 간·종교 간 갈등과 분열이 심화하고 있지요. 커다란 힘의 질서가 깨지고 흔들리는 현실을 담고자 했습니다.”
이용백의 개인전 ‘낯선 산책’이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 신관에서 오는 19일부터 9월 25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2011년 제 54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한 후 중국과 독일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었지만 국내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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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고 흔해 빠진 소재를 작업하는 이유’라는 설치작품은 알루미늄으로 된 날개와 흡음재로 만든 스텔스 B2 폭격기로 구성돼 있다. 수많은 작가들이 희망과 평화의 상징인 ‘날개’를 소재로 작업하는 이유는 현실이 결코 희망적이지 않고 평화롭지 않기 때문이다. 날개 아래에 흡음제 스펀지로 제작된 스텔스 폭격기는 전쟁을 상징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너무 아름답다. 화려한 꽃무더기 속을 꽃으로 위장한 군인이 숨어다니며 총을 겨누는, 천사와 전사(戰使)가 공존하는 작가의 대표작 ‘앤젤 솔저’처럼 겉은 아름다우나 속성은 폭력적이고 잔인한 존재의 ‘미적 모순’을 절묘하게 포착했다.
“미술의 경향은 정치·사회적 맥락과 무관하지 않기에 발언하지 않고 표현하지 않는 예술가의 태도는 비겁하다”는 이용백은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임금님이 벌거벗었어!”라고 외치는 소년을 닮았다. (02)720-1424~6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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