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정권 출범 이후 한 번도 장관이 교체되지 않아 시기적으로도 교체 필요성이 제기됐고 환경부는 미세먼지, 가습기 살균제, 폭스바겐 사태 등 발생 현안마다 우왕좌왕하는 등 무능 대처로 일관해 여론의 질타를 한몸에 받으면서 교체가 확실시돼왔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창조경제와 노동개혁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노동부의 수장 등 5~6개 부처가 대상에 올랐다. 정권의 성패가 달린 두 분야에서 아직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개각에서는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쪽으로 결정됐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인사검증 통과 여부도 이번 소폭 개각의 주요 배경이 됐다는 관측이다. 장관인사를 검증해야 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각종 의혹을 받으며 야당의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대폭 개각을 할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친박 여당 대표 당선으로 하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조윤선 내정자는 이미 인사청문회를 거쳐 검증된 상태고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 내정자와 조경규 환경부 장관 내정자도 공직 생활 내내 자기관리를 해온 인물이라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실제 야당은 이번 개각을 놓고 “국정쇄신 의지와 거리가 먼 ‘오기개각’ ‘불통개각’ ‘돌려막기식 찔끔개각’이라고 비판하며 해임을 요구해온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교체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이번 개각이 ‘우병우 수석이 검증한 개각’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을 태세다.
최장수 장관 중 한 명이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번 개각에서 일단 빠졌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놓고 한중 간 갈등이 부각되는 과정에서 외교수장의 교체는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9월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박 대통령의 주요 외교 일정이 임박한 점도 유임의 이유로 꼽힌다. 유일한 ‘원년 멤버’로 남게 된 윤 장관은 박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장관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담은 ‘오병세’라는 별명이 진짜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개각에서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호남 인사 중용’ 건의가 반영될지도 관심이었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전남 함평 출신인 이기권 노동부 장관을 유임시킨 것과 조윤선 내정자가 전북 출신 남편을 둔 ‘호남의 며느리’라는 점 정도만이 지역 안배 성격으로 해석되지만 탕평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각종 의혹으로 야당으로부터 퇴진압력을 받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번 개각에서 건재를 과시해 박 대통령의 신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하지만 우 수석 교체는 이번이 아니더라도 조만간 다른 수석과 묶어 청와대 참모진 개편의 형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