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vs 악극...심금 울릴 2色무대가 온다

창극 '나운규, 아리랑'
나운규 감독 영화 '아리랑'에
오늘을 사는 창극배우 삶 녹여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2'
현대적인 음악·춤도 가미
어머니역 고두심 연기 기대

관객의 심금을 울릴 색 다른 극 2편이 9월 무대에 오른다. 구성지고 애달픈 우리 소리를 담은 창극 ‘나운규, 아리랑’과 1960~70년대의 애잔한 감성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2’이다.

오는 9월 2일 개막하는 창극 ‘나운규, 아리랑’에서 작창을 맡은 명창 안숙선(가운데)이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작품에 대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사진=송주희기자
국립민속국악원의 창극 ‘나운규, 아리랑’에서 작창을 맡은 안숙선 명창은 “한국인의 희로애락이 담긴 아리랑으로 창극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기쁜 일”이라고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말했다. 수많은 소리를 만들고 직접 토해낸 ‘명창’에게 ‘나운규, 아리랑’은 각별한 듯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쉽지 않은 도전이 시작됐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어달라”고 당부했다.


창극 ‘나운규, 아리랑’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 단성사에서 개봉한 나운규 감독의 무성영화이자 나라 잃은 민족의 울분을 담은 ‘아리랑’을 소재로 오늘을 사는 창극 배우의 이야기를 담았다. 과거 나운규의 삶과 비슷한 궤적을 사는 현시대의 창극 배우 나운규, 영화 ‘아리랑’을 창극으로 개작한 작품이 공연되는 무대 상황, 이 두 개의 축을 교차하는 이중구조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정갑균 연출은 “1926년 나운규의 아리랑을 소재로 하지만, 뭔가 이 시대와 어우러져야겠다는 생각을 강렬하게 했다”며 “대한민국의 보배 같은 나운규의 삶과 아리랑을 통해 현대 예술인들의 자화상을 담아낸다는 것이 가슴 벅차고 기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번 창극은 각 장마다 본조아리랑을 중심으로 구아리랑, 헐버트 아리랑(1896년 미국인 호머 헐버트 박사가 오선보로 채보한 아리랑), 정선아리랑, 진도아리랑, 상주아리랑 등 다양한 지역의 아리랑을 소개한다. 안 명창은 작창에 변화무쌍한 우리말의 특징을 살리는 데 공을 들였다. 작창된 노래들은 젊은 감각의 양승환 작곡가의 손을 거쳐 현대적으로 편곡돼 연주된다. 안 명창은 “되도록 우리 판소리 어법으로 배우들의 소리를 담아내려 하지만, 대본상 고전 어법보다 현대적인 언어 표현도 많아 작업이 쉽지만은 않다”며 “용감하게 시작한 이상 이번 창극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월 2~4일 전북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에서 공연하며, 9~10월 부산·대구·대전 순회공연에 이어 내년 1월 중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오른다.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 2’ 에서 헌신적인 어머니 역을 맡은 배우 고두심이 극 중 일부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사진=PRM제공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2’에서 자식에 헌신적인 어머니 ‘분이’ 역을 맡은 고두심은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자의 일생’ 노래를 시연했다. ‘고달픈 인생길을 허덕이면서 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일생…·’ 고두심의 얼굴에 구슬픈 노랫말이 스며드는 듯했다. 그는 “우리의 삶의 방식과 희로애락이 녹아있는 그 정서가 좋아 악극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악극은 1920년대 열악한 무대환경에서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의 분위기를 돋우는 막간극 형태로 처음 등장했고, 1930년대 음반회사의 성행으로 이들 회사의 지원을 받는 악극단이 생겨나며 1950년대까지 전성기를 구가했다. ‘불효자는…’은 근현대사를 치열하게 헤쳐 살아온 한 남자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그려낸다. 가난 속에 홀어머니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남자 진호가 성공을 위해 오랜 연인을 배신하고 부잣집 딸과 결혼하며 벌어지는 등장인물 간의 갈등과 아픔을 담았다. 일찍 남편을 잃고 아들을 키워 온 어머니 ‘분이’역에 고두심과 김영옥이 캐스팅된 가운데 분이의 외아들 ‘진호’ 역엔 이종원·안재모가, 진호에게 버림받은 뒤 나락으로 떨어지는 여인 ‘옥자’ 역엔 이유리·이연두 등 젊은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다. ‘불효자는…’은 1998년 초연 당시 세종문화회관 전회 매진 행렬과 단 24회 공연으로 10만 명이 관람하는 흥행을 기록했고, 지난해 17년 만의 공연 역시 5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호평을 받았다. ‘악극은 중장년 대상 신파 공연’이라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이번 공연에서는 젊은 배우 캐스팅에서 더 나아가 현대적인 음악과 춤을 가미할 계획이다. 이종훈 연출은 “이 작품에 드러나는 효(孝)라는 메시지는 만국 공통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대중가요가 지닌 60, 70년대 특유의 분위기를 편곡해 보편성을 가미하고, 서양 뮤지컬과 같은 무대 전환 같이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한다면 악극의 관광 상품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두심도 “과거엔 자녀가 악극 예매를 한 뒤 부모님만 공연장에 입장시켰다고 하더라”며 “이번엔 자녀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접목했기 때문에 가족이 손잡고 와서 보고 가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9월 10일~10월 30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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