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투자증권은 지난 2011년 이엠넷을 시작으로 5년 동안 단독으로 상장을 주관한 거래는 코스닥 상장 8건에 불과하다. 연내 상장이 예정된 JW생명과학이 유일하게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노리지만 예상 시가총액은 3,000억원가량으로 2조원 이상의 대형 IPO를 주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통합 KB증권 입장에서 대형 IPO가 합병 이후 가장 빠르게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오는 24일 이사회를 열고 상장 주관사로 KB투자증권을 확정할 예정이다. 신한(005450)금융투자도 주관사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증권 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림그룹이 인수한 팬오션 인수금융의 자금 재조달(리파이낸싱)을 KB국민은행과 KB투자증권이 주도하며 상장 주관사를 꿰찰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전일 하림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주선한 팬오션 인수금융 3,300억원을 리파이낸싱하며 대출금리를 5.6%에서 3% 초반으로 낮춰 연간 60억원가량의 이자비용을 줄였다.
올해 초 제일홀딩스의 상장 뉴스는 순수 지주회사가 상장하는 첫 사례인데다 하림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상징인 까닭에 IB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2월 상장 주관사 적격예비후보(쇼트리스트)가 정해진 뒤 6개월이 지나도록 주관사 선정이 미뤄지면서 일각에서는 상장 의지가 없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결국 하림이 IB들의 원성을 사면서까지 주관사 선정을 미룬 이유가 팬오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보다 좋은 조건으로 할 수 있는 금융회사를 찾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하림의 고민을 간파한 KB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하림뿐 아니라 윤 회장이 직접 IPO 주관사 선정에 힘을 쓰며 세일즈에 나서 리파이낸싱과 제일홀딩스 상장 둘 다를 KB금융이 맡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KB투자증권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왔던 채권자본시장(DCM)과 함께 IPO 주관 실적을 쌓으며 주식자본시장(ECM)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IB 부문의 올해 상반기 순영업수익 실적은 3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직전 반기 대비 148% 증가했다. 제일홀딩스의 예상 시가총액은 2조원대로 공모 규모만도 4,000억원에 달해 통상 수준의 수수료 수입을 고려하면 이번 거래로 40억원가량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