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이 지난 18일(현지시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州) 교통부와 공급 계약을 맺은 2층 전동차 모습./사진제공=현대로템
현대자동차그룹 방산·철도사업 계열사인 현대로템의 지난해 실적은 초라했다.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철도부문에서만 1,89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철도부문 사업 부진으로 현대로템은 장갑차 등 방산물자를 다루는 중기부문에서 소폭 흑자를 냈음에도 연간 기준으로는 1,92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해외 수주 부진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저가 수주 전략 탓에 오히려 수익성 악화의 늪에 빠지면서 실적이 고꾸라진 결과다. 최악의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현대로템은 연초 지난 2004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기도 했다.
리스크 관리(Risk Management)·수익개선(Revenue)·혁신((Reengineering)을 세 축으로 하는 경영혁신 프로젝트도 가동했다. 해외 저가 수주의 고리를 끊기 위해 해외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철저하게 리스크는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다시 짠 것이다.
‘환골탈태’를 외치던 현대로템이 호주에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수주 대박을 터뜨렸다.
현대로템은 18일(현지시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州) 교통부와 시드니 인근의 헌터·뉴캐슬·블루마운틴·서던하이랜드·사우스코스트 등의 도시를 잇는 광역철도 노선에 투입될 2층 전동차 납품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현대로템이 납품하기로 한 물량은 옵션 물량을 포함해 총 648량으로, 금액으로 따지면 1조1,000억원이다. 이는 현대로템이 호주에서 따낸 첫 사업이자, 창사 이래 수주한 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다. 현대로템은 오는 2022년까지 모든 차량 납품을 완료할 계획이다.
연초 필리핀에서 5,300억원 규모의 지하철 사업을 턴키 수주하며 기분 좋게 한 해를 시작했던 현대로템이 이보다 2배 큰 규모의 전동차 사업을 수주하면서 철도부문에서만 수주액이 벌써 2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현대로템 철도부문의 지난해 매출이 1조6,034억원, 전체 매출이 3조3,091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호주 전동차 사업 수주 규모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현대로템은 이번 수주전에서 고속열차 테제베(TGV)로 잘 알려진 프랑스 알스톰·스위스 스테들러·중국중차집단(CRRC)과 입찰 경쟁을 벌였고, 현대로템은 이런 쟁쟁한 경쟁사를 제쳤다. 알스톰은 세계 톱3의 세계적인 철도 사업자고, 중국중차집단은 자국 물량만으로 매출 세계 1위에 올라 있는 업체다. 선진 기술과 중국의 저가 전략 사이에서 샌드위치에 끼어 있던 로템이 이를 일거에 만회한 ‘쾌거’라 할 수 있다.
현대로템은 “시행청의 요구사항과 정확한 납기 준수를 위해 차량 설계 작업을 미리 진행하는 등 입찰 결과 발표 전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면서 “이번 호주 사업을 바탕으로 향후 국내 2층 고속차량 도입 기반을 확보함과 동시에 해외 수주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