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최근 입주한 삼성그룹 서초 사옥 전경.
1916A02 삼성금융계열사 수정4
삼성생명이 18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8.02%) 인수 결정을 통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밑그림을 다시 한번 구체화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날 오후4시 열린 이사회에서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증권 지분매입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의 삼성증권 보유지분은 현재 11.14%에서 19.16%로 늘어나게 됐다. 이날 삼성증권의 종가인 3만8,2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지분 인수대금은 2,340억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삼성증권 지분매입 결정에 대해 삼성그룹의 사업재편 및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사전작업의 하나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은 현재 바이오와 전자, 금융을 그룹의 3대 축으로 강화하는 쪽으로 사업을 정리해나가고 있으며 이 중 금융 부문의 경우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금융 계열사들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인데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확보하는 동시에 최대주주여야 한다. 또 비상장 금융 계열사에 대해서는 지분을 5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은 올 초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45%(4,339만주)를 전량 넘겨받아 지분 71.86%를 보유한 삼성카드 최대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금융과 전자 간 지분 관계를 정리하는 동시에 금융지주 자회사 요건도 충족시키는 거래였다. 지난 2013년 이후 삼성전기·삼성물산·삼성중공업 등에 흩어져 있던 삼성카드 지분을 사들인 데 이어 삼성전자와의 대량 거래로 최종 마무리를 지은 셈이다. 또 비상장사인 삼성자산운용과 삼성에스알에이자산운용 등에 대해서는 100% 지분을 보유하면서 자회사 요건을 갖췄다.
현재 삼성 금융계열사 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 자회사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계열사는 이날 지분매입을 결정한 삼성증권과 삼성화재다. 삼성증권의 경우 최대주주이기는 하나 30% 요건은 확보하지 못한 만큼 앞으로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화재 역시 최대주주 요건은 갖췄으나 보유지분이 15% 정도밖에 되지 않아 추가 지분매입이 필요하다. 다만 삼성화재의 경우 지분매입 비용이 막대한 만큼 여러 가지 대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삼성생명은 중간금융지주회사법 전환의 또 다른 요건인 삼성전자 지분(7.21%)을 처리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중간금융지주회사법 입법을 20대 국회에서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사 전환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진 상황”이라며 “다만 삼성화재 지분매입을 위한 비용마련과 삼성전자 지분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