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유바이크]<28>'토크 깡패', 할리데이비슨 로우라이더와의 헤이리 밤나들이

약 300㎏ 무게에도 시트고 낮아 조작 편리
1, 2단만으로 시내 주행 거뜬…터프한 주행감에 반하다

지난 주말, 저는 10시간에 걸친 바이크 투어를 마치고 할리데이비슨 강남점을 찾아갔습니다. 낮 최고 기온이 35도에 달했기에 땀과 피곤에 찌든 몰골이었습니다. 그래도 귀가하지 않고 무더운 도곡로를 찾은 건 오로지 이 바이크를 타기 위해서였습니다. 바로 할리데이비슨 다이나 로우라이더(FXDL 로우라이더)입니다.

할리데이비슨 강남점 앞에서 조우한 할리데이비슨 다이나 로우라이더
새로운 바이크를 타기 직전의 기분은 보통 이렇지만,

이날만은 이런 상태였습니다.

ㄷㄷㄷ
게다가 할리 로우라이더는 배기량 1,690cc, 공차 중량 296kg, 가격 2,500만원의 헤비급 바이크…. 중형차급이죠. 이전까지 타본 바이크 중 가장 무거운 바이크는 미국에서 렌트했던 트라이엄프 본네빌(시승기는 클릭)이나 할리데이비슨 포티에잇(XL1200X·시승기 클릭)이었는데, 그래 봐야 무게가 220kg대, 240㎏대였습니다. 300kg에 가까운 바이크에 도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죠. 연료탱크만 해도 크기가 꽤 됩니다. 이렇게요.

M사이즈 여성용 장갑과 거대한 연료 탱크
다만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로우라이더는 시트 높이가 낮습니다. 시트고가 680mm로 제가 타는 울프 클래식보다도 30mm가 낮네요. 무게중심이 낮으니 어떻게든 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로우라이더에 착석한 순간 든 생각은 첫 번째 “엄청 편하다”, 두 번째는 “이거 넘어뜨릴 일은 없겠다” 였습니다. 사이드스탠드를 올리고 직각으로 세울 때도 그다지 무겁다는 느낌이 들지 않더군요. 꽤 큰 바이크지만 여성 라이더들도 얼마든지 탈 수 있는 모델입니다.

날이 너무 더워서 얼른 집에 가고 싶었던 저는 우선 1단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시다시피 할리데이비슨은 저속 토크가 깡패입니다. 1단만으로도 강남 시내를 벗어나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요.

처음에는 찌는 날씨에 뜨겁고 무거운 바이크로 강남역 부근을 지날 생각에 괴로웠지만, 오히려 로우라이더에 익숙해지기엔 괜찮은 조건이었습니다. 1단으로 슬슬 몰면서 로우라이더가 어떤 녀석인지 감을 익힐 수 있었거든요.

엔진에서 올라오는 열기 때문에 죽을 만큼 뜨거운 것 빼고는 다 좋았습니다, 네….

정말 이런 느낌...
그렇게 강남을 빠져나와 한남대교로 접어들 때쯤에야 드디어 2단으로 올려봅니다. 순식간에 시속 80km를 넘어가면서 몸이 뒤로 젖혀집니다. 조금만 고삐를 놓아도 날뛸 것만 같은 야생마에 올라탄 기분이 듭니다. 동시에 왜 일부 라이더들이 그토록 할리에 열광하는지 알 듯해집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도로의 지배자’ 같은 느낌을 맛볼 수 있거든요.

로우라이더의 시트는 엉덩이도 든든하게 받쳐줍니다. 그리고 재질이 정말 좋더군요. 보들보들한 것이, 만일 내가 사장이 된다면 이런 의자를 쓸 테야…라고 잠시 상상해 보았습니다(?!).

편하고 든든하고 부드러운 로우라이더의 가죽시트
그렇게 로우라이더에 조금 익숙해진 저는 다음날 오후, 파주 헤이리마을로 향했습니다. 별다른 이유는 없고 가까워서(…) 헤이리를 택했는데요.

가는 길에 기름도 넣고,

포인트카드…어딨지…주섬주섬
헤이리마을에 도착하면 너무 어두워질 것 같아 푸른 논밭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봅니다.


앞바퀴의 더블 디스크 브레이크 덕분에 제동력도 양호했습니다. BMW 바이크 같은 제동력을 기대하면 안 되겠지만, 바이크 중량 대비 준수한 제동력을 자랑합니다.

좌우 깜빡이 조작은 다소 불편했습니다. 왜 이리 엄지손가락에서 먼 느낌인지…

주말 저녁이라 한산한 대로에서는 조금 더 속도를 내 봤습니다. 3단, 4단…6단까지 변속 가능하지만 6단까지 갈 필요도 없었습니다. 4단이면 어지간한 차는 다 앞지를 정도로 달려주거든요.

2단이 거친 야생마의 느낌이라면 3단부터는 보다 부드러운 가속감이 느껴집니다. 3단으로 변속하자마자 2단의 진동이 다소 줄어들면서 마치 실크를 밟고 달리는 듯한 가속감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우렁찬 ‘철컥’ 소리와 함께 기어를 변속하는 맛도 못 잊을 것 같습니다. 터프하면서도 클래시컬한 바이크의 ‘간지’를 집약한 듯한 묵직한 변속음입니다.

쭉 뻗는 대로도 좋지만, 이런 시골길에서 ‘석양을 향해 달리는 라이더’ 코스프레를 해 보는 것도 재미졌습니다.

석양의 라이더


그렇게 헤이리에 도착했더니 이미 날은 어두워졌습니다. 저는 정말이지 배가 고프면 현기증이 나는 체질이기 때문에 얼른 불고기 전골을 흡입하고,

맛도 괜찮고 무엇보다 친절하십니다!
불고기집 따님이 바로 인근에서 운영하시는 카페에서 커피도 한잔 홀짝여봅니다.
마침 벽에 걸려있는 바이크 소품. 이 곳 커피는 강한 쓴맛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헤이리예술마을은 낮에만 와 봤는데, 한산한 저녁도 좋더군요. 저녁 7시 넘어가면 문 닫는 식당·카페가 많긴 하지만 10시까지 영업하는 곳도 꽤 됩니다. 복작대는 시간대보다 여유 있게 산책도 할 수 있구요. 조명이 적어서 좀 어둡다는 건 함정….

그렇게 헤이리에서 한가로운 저녁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헤이리를 배경으로 몇 장 더 로우라이더의 사진을 남겼습니다.

너무 우렁차지 않은 순정 배기음도 영상에 담아봤죠.

다음날 아침 다시 할리데이비슨코리아 강남점으로 로우라이더를 데려다주러 가는 길. 이 날은 광복절 휴일이지만 출근을 해야 했던 관계로 복장은 좀 더 편하게 입었습니다. 사실 할리 라이더들의 여름 패션은 티셔츠+청바지 or 가죽 덧댄 청바지…요 정도 아니겠습니까.

두유바이크 12회에서 포티에잇을 잠시 시승해 본 적은 있지만 할리의 진가를 깨달은 건 로우라이더 덕분입니다. 로우라이더의 강력한 저속 토크와 묵직한 주행감이란! 그동안 ‘할리 월드’를 ‘그들만의 세계’로 치부해 왔지만, 꽤나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10월에 정두환 부장이 쓴 로우라이더 시승기(두유바이크 8회 클릭)도 있으니, 두 사람이 본인의 취향과 보는 눈에 따라 어떻게 봤는지 비교해 보면서 읽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두유바이크 28회를 마무리해 봅니다. 2주 후에 다시 만나요!!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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