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삼성중공업 1.1조 유상 증자] 유동성 우려 선제 대응…선박 건조 아웃소싱 추진한다

금융권 자금·신규 수주 꽉 막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사업 추진
中·日 조선소와 수주 경쟁 피하고
새로운 선종 수주 기회 노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19일 유상증자 결의를 위해 경기도 성남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왜, 현시점에서 대규모 유상증자가 필요한지’를 주주들에게 설명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일부 주주가 유상증자 실시에 반대 의견을 내자 박 사장은 적극적으로 유상증자 실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건이 1개뿐인 주총이 40분 넘게 진행됐다.

박 사장은 “헤비테일(선박을 인도하는 시점에 대금의 50% 이상을 받는 계약) 방식의 선박 대금 입금 구조와 수주 부진에 따른 선수금 감소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면서 “업종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 여파로 신규 대출도 여의치 않다”고 설명했다.

삼정KPMG는 삼성중공업이 최대 1조6,000억원의 자금이 부족할 수 있다고 경영진단을 통해 판단한 바 있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이지만 수주 절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일부 프로젝트의 인도 지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

수주 가뭄과 이에 따른 자금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권에 손을 벌리려 해도 금융권은 리스크 축소 차원에서 조선사들에 대한 여신 만기 연장에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달 삼성중공업에 대한 여신 만기를 1년에서 3개월로 축소했고 시중은행 일부도 여신 만기를 3개월 단위로 축소했다.


이처럼 금융권으로부터의 자금 조달 여건이 팍팍하게 돌아가는 와중에 삼성중공업은 국내 조선 빅3(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신규 수주가 한 건도 없다.

삼성중공업은 이 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유상증자와 함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쪽으로 업(業)의 방향에도 변화를 줄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이 프로젝트 수주를 하되 실제 선박 건조는 중국이나 국내 중견 조선소에 맡기는 방식으로 사업 전략을 짜겠다는 구상이다.

박 사장은 “꼭 선박 건조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라면서 “수주는 우리가 하고 건조는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중견 조선소에 맡기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중국·일본 조선소들과 직접적인 수주 경쟁을 피할 수 있는 묘책으로 평가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기존 거제조선소 가동은 유지하면서 ‘플러스 알파’ 개념으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방식의 수주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발주한 선박에 대해서도 삼성중공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운영·유지보수(O&M) 사업을 벌이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박 사장은 “우리가 인도한 배 선주들의 O&M 요구가 많이 있는데 상당 부분이 싱가포르 등으로 가고 있다”면서 “우리가 만든 배는 우리가 가장 잘 아는 만큼 선주와 삼성중공업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미 주가가 많이 내려와 있는데 여기에 20%의 할인율까지 적용돼 분위기는 일단 긍정적”이라면서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이 향후 주가 상승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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