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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리우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2·연세대)는 정말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전날 예선에서 실수를 범해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았던 후프와 리본 종목에서도 빈틈이 없는 경기를 선보였다. 결선 결과는 후프(18.216점), 볼(18.266점), 곤봉(18.300점), 리본(18.116점) 4종목 합계 72.898점으로 최종 순위는 메달권보다 한 단계 낮은 종합 4위였다. 동메달을 차지한 우크라이나의 간나 리자트디노바(73.583점)와 점수 차는 0.685점에 불과할 정도로 아깝게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높은 동유럽의 벽을 실감한 순간이었지만 손연재는 잠깐 눈물을 보였을 뿐 좌절하지 않았다. 손연재는 “예선에서 실수한 부분을 오늘 완벽하게 해내서 너무 만족한다”며 “5등에서 4등으로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었던 것도 제가 쉬지 않고 노력해온 결과다. 한 단계지만 제가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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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손연재의 리우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옐레나 리표르도바 코치였다. 잠재성은 충분했지만 도약할 발판이 약했던 손연재를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로 끌어올린 것은 전적으로 리표르도바 코치의 공이다. 리듬체조의 본고장 러시아에서 손연재를 전담해 지도하면서 강한 훈련을 통해 세계 최정상급에 속해 있는 러시아 선수들에 뒤지지 않는 자세와 기술을 전수했다. 모든 경기를 마친 후 손연재도 리표르도바 코치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손연재는 “지난 6년간 밉기도 하고 많이 싸워 서로 다시는 보기 싫다고 했지만 세계선수권 32위를 하던 선수를 4위까지 끌어올린 코치다. 너무 고맙다”며 “선생님이 없었으면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올림픽 무대를 아쉽게 4위로 마친 손연재는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향후 경기 일정을 조율한다. 리우올림픽 출전을 위해 잠시 미뤘던 학업을 병행하면서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한국에서의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손연재는 “최근 6년간 한국에 있던 시간은 1년도 안 된다. 거의 러시아인이 다 돼 버렸다”며 “앞으로는 정말 한국인처럼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