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계부채 관리대책에서 빠진 임대사업자 대출 위험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지는 오래됐다. 정부도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5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등 사실상 규제에 나섰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증가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월 말 현재 506조6,000억원으로 한 달 만에 5조8,000억원 늘었다. 월 증가액으로는 올 들어 최대이며 역대 7월 증가액으로는 지난해 7월(6조4,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대개 여름철이 주택거래 비수기인 점을 고려하면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가계부채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그래도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20일자 서울경제신문을 보면 정부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임대사업자 대출이 전체 가계부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임대사업자 대출은 사실상 가계대출이지만 표면적으로 기업대출로 분류되기 때문에 가계부채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임대사업자 대출 잔액은 78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4%(14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10.8% 늘어난 가계부채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다.

대출 증가세가 가파른 것은 저금리 시대에 많은 은퇴자들이 노후 대비용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2012년 5만2,000여명에 불과했던 임대사업자는 지난해 13만5,000여명까지 불어났다. 우려되는 것은 임대사업자 대출이 임대소득에만 의존하는 은퇴자들이 주로 이용해 금리 상승이나 집값 하락 등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취약층이 상환 불능에 빠질 것을 염려해 가계부채를 줄이는 정책을 쓰기가 어려운 판에 임대사업자 대출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곧 가계부채관리대책을 내놓는다. 이번에는 임대사업자 대출처럼 가계부채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분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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