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잔의 왼팔' 중앙銀 총재로...'렉시트' 우려 털어낸 印경제

후임 총재에 '매파' 파텔 지명
사실상 라잔 체제의 연장
"통화정책 연속성 약속할 것"
글로벌 투자자들은 일단 안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록스타 경제학자’인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RBI) 총재 후임에 ‘조용한 테크노크라트(전문지식을 가진 기술관료)’ 우르지트 파텔 RBI 부총재를 지명했다. 라잔 총재의 개혁적 정책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시장은 인도 경제에 드리운 ‘렉시트(라잔 총재의 연임 포기, Rexit)’ 우려를 일단 거둬들였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 정부가 연임을 포기한 라잔 RBI 총재 후임으로 파텔 부총재를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파텔 총재 지명자는 다음달 4일부터 3년간 RBI 총재를 맡게 된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와 미국 예일대에서 각각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인도 재무부 등 정부부처와 보스턴컨설팅그룹, 인도 릴라이언스그룹 등 민간에서 두루 경험을 쌓고 2013년 RBI에 합류했다.

파텔 지명자는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라잔 총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난 3년간 라잔 총재와 손발을 맞추며 인플레이션을 도매물가가 아닌 소비자물가 기준으로 바꾸는 데 기여하는 등 물가정책을 실질적으로 설계해왔다.

마드하비 아로라 코탁마힌드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파텔 부총재의 총재 지명은 라잔 체제의 연장”이라며 “정부가 라잔 총재보다 더 비둘기적 성향을 가진 인물을 임명하려 했다면 다른 사람을 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파적 성향의 파텔 부총재의 지명은 이런 점에서 의외라고 비칠 수 있다. 라잔 총재가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RBI 총재 연임을 포기하고 학계로 돌아가기로 결정한 것은 기준금리 인하 등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압박해온 모디 정부와 의회와의 갈등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라잔 총재가 쌓아온 신뢰와 명성을 그대로 이어가고 싶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대외 행보를 꺼리는 조용한 성품과 인도 민간과 정부에서 두루 일해본 인물을 지명해 정부와 의회와의 마찰은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가들은 RBI의 수장으로 파텔 부총재를 택한 모디 총리의 결정에 일단 안도감을 표하고 있다. 찬다 코차르 ICICI은행장은 성명에서 “이번 지명은 통화정책의 부드러운 이행과 연속성을 약속할 것”이라며 “동시에 인도를 고도성장의 길로 올려놓는 구조적 개혁도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파텔 지명자는 취임과 함께 인도 경제 개혁을 위한 다양한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첫 과제는 기준금리 결정방식 변화를 순조롭게 정착시키는 것이다. 지금까지 RBI는 총재 한사람이 기준금리 결정권을 가졌지만 그가 주재하는 9월 통화정책회의부터 위원 6명이 합의해 기준금리를 결정하게 된다.

라잔 총재가 힘을 쏟았던 은행들의 불량여신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RBI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은행권의 무수익여신(NPL) 비중은 2016년 3월 기준 7.6%이며 NPL에 구조조정여신과 채무탕감액까지 더한 불량(stressed) 여신 비중은 11.5%에 이른다.

물가억제도 중요한 과제다. 인도의 물가상승률은 7월 전년 대비 6.07%를 기록해 RBI의 목표치 6%를 넘어섰다. WSJ는 “라잔 총재가 물가를 잘 억눌러왔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의 도움이 컸다”며 “유가 하락이 멈추면서 인도의 만성적 인플레이션이 돌아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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