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먼 멜빌 소설 ‘필경사 바틀비’, 판소리극으로

업무지시마다 “하지 않았으면 싶습니다”…인간의 사물화·소외현상 다루는 원작 1인 판소리극으로 재탄생
남산인터랩’ 첫 번째 쇼케이스로 26~27일 남산국악당서 무료 공연

미국 작가 허먼 멜빌의 소설 ‘필경사 바틀비’가 판소리로 재탄생된다.

창작집단 ‘희비쌍곡선’은 오는 26~27일 양일간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1인 극 판소리 ‘필경사 바틀비’를 공연한다고 22일 밝혔다.

필경사 바틀비는 미국 월스트리트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필경사(글씨 쓰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로 일하는 ‘바틀비’라는 인물을 통해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사회에 저항하는 문제적 인간의 모습을 다룬 소설이다. 주인공이 반복하는 “하지 않았으면 싶습니다”라는 말은 많은 이들에게 강한 여운을 주는 대사로 기억되고 있다.


희비쌍곡선은 판소리의 어법에 맞게 소설을 각색하고 노래와 연주를 입혀 바틀비의 문제적 발언을 재해석한다. 여기에 소리꾼 한 사람이 이끄는 판소리의 양식을 유지하면서 음향 효과와 소품을 활용한 연출로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극에 보는 재미를 더한다. ‘판소리 필경사 바틀비’는 주인공이 벌이는 행동의 이유를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며 한 세기 전 발표된 소설 속의 상황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시사한다.

희비쌍곡선은 판소리로 다양한 창작을 시도하는 단체로,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이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선정한 차세대 예술가(AYAF)인 소리꾼 박인혜가 음악감독과 배우를 겸하며 연출가 임영욱이 극작과 연출, 김미지가 기획을 맡는다. 이번 ‘필경사 바틀비’ 공연에는 뮤지컬 배우 강필석이 목소리 출연한다.

서울남산국악당의 창작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 ‘남산인터랩’ 첫 시즌 참여작으로, 공연관람료는 무료다. 관람신청은 남산골한옥마을 홈페이지(www.hanokmaeul.or.kr)에서 할 수 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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