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도둑은 양극화가 심할수록 기승을 부린다. 사회 안전망 붕괴로 전력 배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세계 10대 불평등 국가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인도가 지난해 불법 전기 도용으로 162억달러(약 18조2,0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이나 비슷한 수준의 브라질과 러시아에서 각각 105억달러와 51억달러어치의 전력을 도둑맞은 것도 비슷한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유당 말기인 1959년에 극성을 부렸다. 전 국민의 85%가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던 시절, 서민들은 빛을 얻기 위해 전기를 훔쳤고 부유층들은 전기료를 덜 내기 위해 양옥이나 일본식 주택의 어두운 구석방에 달린 계량기를 조작했다. ‘범죄는 어둠에서 일어난다’는 표현이 곳곳에서 회자하던 때였다.
폭염이 연일 맹위를 떨치는 올해 전기도둑이 유난히 많이 늘었다는 소식이다. 올 상반기 농사용·산업용 전기를 불법적으로 사용하다 걸린 사례는 4,880건에 달해 지난해 전체 건수에 거의 육박했다. 한국전력에서는 부인하고 있으나 무더위로 인한 전기요금 폭탄 우려가 커지자 계기판 조작, 전기 빼내기 등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쯤 되면 전기료 누진제가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인도처럼 전기도둑을 홍길동처럼 만들지는 말아야 할 텐데. /송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