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여야 협상이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다. 추경과 서별관회의 청문회를 연계시킨 더불어민주당은 최경환 의원,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는다면 추경 처리를 할 수 없다는 최종 당론을 22일 모았다. 새누리당 역시 핵심 3인방의 증인채택이 어렵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어 여야 정쟁으로 추경이 무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3당 원내수석은 지난 21일에 이어 이날까지 연이은 청문회 증인채택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행방이 묘연한 홍 전 산업은행 회장과 청와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안 수석을 제외하고 최 의원이 증인으로 나서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최 의원이 거부하면서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은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최 의원에게 직접 전화해 청문회에 나와 결자해지하라고 말했지만 최 의원이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핵심 증인 3인방 중 정치적 연륜이 높은 최 의원이 청문회에 나와 원만하게 청문회를 마쳤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 의원이 끝내 거부하면서 어떤 방도도 찾지 못하고 있다.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지만 정부가 제출한 추경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강경론을 내세운 더민주의 입장변화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더민주가 두 번의 의원총회를 통해 핵심 증인 3인방이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는다면 추경 처리가 어렵다고 재차 밝혔던 만큼 ‘추경이 사실상 무산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당 의원총회에서 몇몇 분들이 정부의 잘못된 추경 사업 일부를 제외하고 추경을 통과시켜주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면서도 “최종 당론은 핵심 증인의 청문회 출석 없이는 추경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경과 청문회 모두 결렬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여야 모두 출구전략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해운산업의 구조조정 지원과 누리과정 예산 등이 담긴 추경 통과보다도 여야 모두 ‘권력 비호’와 ‘책임 추궁’에 골몰했다는 여론의 질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야는 물밑으로 추경 처리가 불발됐을 때를 대비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 관계자는 “여권은 추경 협상이 불발된다면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한 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추경 사업 예산을 끼워넣을 수 있는 대책이 있다”며 “야당에서도 청문회가 열리지 못한다면 올해 국정감사에서 책임 문제를 추궁하면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함께 정치권에서 추경 논의를 촉발시킨 국민의당이 더민주와 달리 핵심 증인 출석 여부보다도 추경 통과 쪽으로 입장을 바꿔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추경이 오는 31일까지인 8월 임시국회 회기 안에 극적으로 통과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