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연금인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등 4대 연금은 이른바 기금성 예산으로 수혜자는 이미 정해져 있다. 미래의 수혜자라는 점에서 아직 혜택을 보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고 수혜자들도 ‘그동안 내가 낸 돈을 돌려받는다’는 생각이 강하다. 국민 대부분이 복지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공적연금이 복지 부문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0%를 넘어 가장 크다. 연평균 증가율도 8%에 육박해 가장 높다. 연금고갈 시기를 늦추기 위해 공무원연금 등의 개혁이 시도됐지만 시늉만 냈을 뿐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저소득층 등 국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체감하는 취약계층 지원, 기초생활 보장 등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의 경우 취약계층 지원에 2조5,000억원, 기초생활 보장에 10조1,000억원이 배정되는 데 그쳤다. 내년에도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절대규모뿐 아니라 연평균 증가율도 1.5~2.9%로 공적연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크게 낮다. 한정된 재원에서 쓸 수 있는 돈이 적다 보니 국민들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재원을 무턱대고 늘리기가 어렵다. 이는 복지예산이 법에 규정된 의무지출로 한번 편성되면 줄일 수 없는 특성 때문이다. 실제 올해 복지 부문 예산 증가분의 대부분이 4대 연금과 무상교육 등의 자연 증가분으로 전체 국민들이 느끼는 복지 사각지대를 채우기에는 한계가 뚜렷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재정학회장)은 “복지예산은 2000년대 이후 크게 늘고 있지만 저소득층의 빈곤율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복지정책 방향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복지예산 지출의 실효성 부족도 국민들의 체감도를 떨어뜨리는 이유로 꼽힌다. 무상복지 만연, 복지예산 부정수급, 유사·중복사업의 주먹구구식 운영은 정작 복지예산이 절실히 필요한 계층에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문제로 나타난다. 이영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복지는 목마른 사람에게 집중돼야 하는데 현재 복지 시스템은 타기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정곤·이태규기자 mckids@sedaily.com